독일 속담 중에 '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평민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라는 말이 있다.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문구를 이들에게는 조금 다르게 적용해야 할 듯하다. 2015프로야구 시즌에 앞서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이 바로 그들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훈련에만 매진하는 선수들에게 식사시간은 짧지만 꿀맛 같은 휴식시간이다. 여기에 진짜 '꿀맛'인 식사가 더해지니, 밥심으로 고된 훈련을 이겨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애리조나에 나란히 캠프를 차린 두산과 LG 선수들의 밥상은 과연 황제일까, 평민일까. '한 지붕 두 가족' 두산과 LG의 식사를 카메라에 담았다.
두산의 아침식사 메뉴는 의외로 소박하다. 네다섯 종류의 빵과 와플, 시리얼, 스크램블 에그, 소시지 등이 아침식사의 주메뉴. 메뉴 자체도 단출한 데다 식사량 역시 운동선수 치고는 많지 않은 편이다. 강도 높은 오전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선 과식은 금물이다.
점심메뉴는 아침보다는 좀 더 풍성하다. 한식에 기반을 두고 식단을 구성하지만 선수들의 다양한 입맛과 영양을 고려해 빵이나 샐러드 등도 추가한다. 식사는 상황에 따라 도시락이나 뷔페식으로 제공된다.
식사 분위기는 자유롭다. 선후배 간의 격식 없이 훈련이 먼저 끝나는 순서대로 밥을 먹는다. 다만 대부분의 훈련이 투수조와 타자조로 나뉘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끼리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LG의 식사도 두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배추김치, 깍두기 등은 물론 고들빼기김치, 젓갈 등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음식들이 선수들의 입맛을 책임진다. 체력소모가 큰 선수들을 위해 고기는 매일 빠짐없이 등장하고, 김밥과 샌드위치는 번갈아가며 식탁에 내놓는다.
애리조나 인근에서 한인식당을 운영하며 선수들의 식사를 담당하는 크리스틴 조 씨는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한 달여 전부터 LA에서 각종 식자재를 준비해올 정도로 이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용병들은 한국의 야구만큼이나 문화, 그 중에서도 한국음식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일부 외국인 선수들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한국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국음식에 매료된 선수들도 있다.
올 시즌 넥센에서 LG로 이적한 헨리 소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굴비 킬러다. KIA 선수 시절 처음 접한 굴비 맛에 반해 앉은 자리에서 30마리를 해치운 적도 있을 정도. 전라도 음식이라면 일단 젓가락부터 들고 볼 만큼 한국음식의 매력에 푹 빠졌다. LG의 새 용병 잭 한나한은 스시 마니아답게 젓가락질도 능숙하다. 한나한은 "이곳에서 나오는 음식을 먹어보려고 노력 중이다. 올해 한국에서 생활하며 더 많은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저녁은 선수들이 하루 중 가장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침부터 이어진 훈련에 지친 선수들에게 매일 삼겹살, 소고기 등 고열량 고단백의 식사가 제공된다. 선수들도 이 시간만큼은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긴다.
다람쥐 쳇 바퀴 돌 듯 반복되는 훈련 속에서 선수들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식사. 따뜻한 밥 한 그릇에 선수들은 오늘도 힘을 내본다.
피닉스(미국 애리조나)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