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 감독의 '강남1970'이 흥행 가도를 달리며 개봉 첫주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에 이어 액션 3부작의 마지막편인 '강남 1970'은 이미 제작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라 이같은 흥행세가 어색하지 않다. 트릴로지를 완성한 유하 감독의 소감은 어떨까. 그를 직접 만났다.
3부작은 '말죽거리 잔혹사' 때부터 계획됐던 일이다. "사실 당시에도 너무 폭력물로 비춰져서 속상한 부분이 있었어요. 제도 교육 안에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루자는 목적이었거든요. 그래도 3부작으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했었죠. 그리고 연이어 '비열한 거리'를 했어요. 그런데 당시 조폭 영화에 대한 거부반응 때문에 바로 3편을 만들기에는 부담이 있었던거죠." 그래서 '말죽거리 잔혹사' 후 10년 만에 3편을 만들게 됐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제도 교육을, '비열한 거리'에서 강남에 아파트 하나 얻고 싶어하는 조폭들을 그렸다면 '강남 1970에서는 권력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3편 중 가장 시나리오를 쓰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드라마만으로는 안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주인공을 따라가는 일원화된 플롯이 아니라 다중 플롯으로 해보자가 생각이었기 때문에 등장하는 캐릭터도 더 많고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유하 감독의 이 시리즈는 '강남 3부작'으로 불리기도 한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개봉한 후 강남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강남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했나를 알게되면서 '말죽거리 잔혹사'의 프리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강남이 형성될 때 강남으로 이사와서 본 것도 많죠. 집이 없어서 쫓겨나는 사람도 봤고 오렌지족을 처음 본 것도 강남이었어요. 그냥 '그 때 강남에 땅 한 편 사놨으면…' 하는 이야기도 많이들 하잖아요. 천민자본주의의 천박하고 뒤틀린 의미들을 강남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거죠." 그러면서도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에게는 환경이 열악하죠.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기도 힘들고 희망을 잃고 사는 것 같아요. 현재의 출구 없는 청춘들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는거죠. 기본적인 의식주에 대한 영화예요. 70년대에는 따뜻한 밥 한 끼 먹기가 쉽지 않았잖아요. 지금은 많이 풍요로워졌지만 그 본질이 많이 달라졌을까요. 지금도 월세를 내지 못해서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잖아요."
'강남 1970'은 유하 감독의 영화답계 과격한 베드신도 등장하고 과격한 폭력신도 등장한다. 특히 묘지 액션신은 '강남1970'의 백미로 꼽힌다. "사실 그렇게 진흙탕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데 비를 뿌리다 보니 완전 진흙탕이 됐죠.(웃음)" 붉은 흙은 일부러 공수를 해서 촬영을 했지만 막상 촬영을 하니 카메라에는 붉게 나오지가 않아서 색보정까지 하기도 했다. "땅이라는 엘도라도를 욕망하는 인간군상들이 혼돈스럽게 뒤섞이는 모습을 그리려고 했거든요. 이 자체가 거대한 카오스처럼 보이면 성공한거죠. 한 도시가 탄생하는데 이정도 카오스는 필요하지 않겠어요."
촬영은 힘들었다. "감독이 제일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바로 배우들이 행여 다치지 않을까 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거든요. 촬영이 끝나고 나니까 거의 탈진 상태더라고요. (이)민호는 발톱이 빠질 정도로 들려서 마취제를 맞고 촬영을 했어요. 마취가 풀리기 전까지만 촬영을 할 수 있었죠. 모든 여건이 잘 안받쳐줘서 정말 힘들게 촬영을 했어요."
하지만 배우들에 대한 신뢰는 있었다. "김래원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할 때 같이 하려고 했었는데 시기가 맞지 않아 못했죠. 이번에 백용기는 악의가 있는 인물인데 괜찮겠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래서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김지수 씨는 예전부터 팬이었어요. 그가 나오는 작품을 비디오로 녹화해서 보던 세대라 부탁을 드렸죠. 작품은 역시 임자가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이 되면 배우들이 그 캐릭터의 눈빛이 되더라고요."
유하 감독은 벌써 일곱번째 작품을 시나리오 쓰고 연출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쓰는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일곱번째니 지겹기도 하고 지치기도 해서요.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쓴 좋은 시나리오를 영화로 작업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연출에만 몰두 할 수 있도록요. 또 부정적인 이미지들 말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는 작품을 하고 싶기도 하고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