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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컵]실수연발 김진현, 결승 앞두고 '쓴 보약'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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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옥에 티는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이었다.

후반전부터 갑자기 흔들렸다. 후반 2분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으로 길게 볼이 넘어오자 갑자기 골문을 비우고 달려 나왔다. 오른쪽 풀백 차두리(35·FC서울)가 충분히 볼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압둘 자흐라와 오른쪽에서 맞선 김진현은 경합 끝에 가까스로 볼을 걷어냈다. 차두리의 질타 속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반 13분에도 실수가 이어졌다. 평범한 골문 앞 볼 처리 과정에서 텅 빈 중앙으로 안이하게 차 이라크의 역습을 자초했다. 27분엔 이라크의 크로스를 막으려 골문을 비우고 나왔다가 상대 공격수와 충돌하는 아찔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현의 실수가 나올 때마다 안경을 닦으며 불만을 애둘러 표현했다.

선제골의 안정감이 김진현에겐 독이었다. 슈틸리케호는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연장접전을 벌였다. 팽팽한 공방전 속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혈투였다. 하지만 이라크전에선 전반 20분 이정협(24·상주)의 선제골 뒤 줄곧 경기를 주도했다. 경기가 의외로 쉽게 풀리자 긴장감도 옅어졌다. 90분 내내 내린 비도 신경이 쓰일 만했다. 그러나 골키퍼의 등 뒤에는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다. 찰나의 방심이 팀을 나락에 떨어뜨릴 수도 있다. 골키퍼는 기량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강해야 한다. 김진현의 이라크전 내용은 그래서 아쉬웠다.

김진현에겐 아픈 추억이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4월 감바 오사카와의 오바사 더비에 출전했다. 당시 이 경기엔 김봉수 골키퍼 코치가 김진현을 체크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김진현은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면서 내리 실점, 후반 도중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기량은 뛰어났지만 이따금 빚어지는 큰 실수가 문제였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김진현은 주전으로 발돋움 했으나, 여전히 정성룡(30·수원) 김승규(25·울산)와 경쟁하는 처지다.

55년 만의 우승까지 이제 단 한 걸음이 남았다. 그러나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순간까지 방심할 수 없다. 8강전에 이어 4강전도 무실점을 기록한 김진현은 결승전에서도 골문을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전에서의 실수를 결승전을 앞둔 쓴 보약으로 삼아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