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1)은 '밀당(밀고 당기기)의 귀재'다. 선수들에게 많은 말을 하지는 않는다. 직접 얼굴을 보고 하는 말은 주로 칭찬이다. 개선할 점은 공식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적극 활용한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 도중 태극전사들을 깨운 슈틸리케 감독의 어록을 살펴본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했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오만전 승리는 조별리그를 쉽게 운영할 수 있는 열쇠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한 책임감을 불어넣었다. "나는 경기 전 팀을 만드는 것일 뿐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만의 독특한 베스트 11 전달 방식도 소개됐다. "나는 경기 하루 전에 베스트 11을 공지해 준다. 매 경기 직전 어떤 선수들이 출전할지는 선수들이 이미 알고 있다."
수많은 득점찬스를 살리지 못한 오만전이 끝난 뒤에는 선수들의 사기를 생각한 발언이 눈에 띄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회를 길게 보면 1대0 승리가 낫다. 5대0 대승을 거둬 모두의 시선을 받는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솔직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는 거침없이 쏟아낸다. 승리는 했지만 졸전으로 여론의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쿠웨이트전(13일)에선 불같이 화를 냈다. "우리는 쿠웨이트전을 통해 두 가지를 얻었다. 한 가지는 승점 6점 확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더 이상 강력한 우승 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언론을 향해 비판을 잘하는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급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17일 호주전을 앞두고 잦은 수비진 변화에 대한 질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나로서는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곽태휘는 부상이었다. 김주영도 쿠웨이트전 출전이 어려운 컨디션이었다. 몸살도 있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선수를 기용하란 말인지, 나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고 변화를 많이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잘할 때는 아낌없이 칭찬했다. 호주전에서의 좋은 경기력으로 3연승을 달리며 8강에 진출한 뒤에는 "중요한건 우리의 것이었다. 투지가 넘쳤다. 이날 모습이라면 앞으로 문제 없을 것"이라며 격려했다. 22일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제압한 뒤에도 "내가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강한 정신력이다. 희생정신이 강한 팀이다. 조별리그를 끝나고 나서 가장 영향력이 큰 두 명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정신력으로 싸워준 선수들에게 칭찬밖에 해줄 말이 없다"고 했다.
목표가 조금씩 달성될 때는 우승에 대한 욕심을 서서히 드러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31일 저녁 때는 샴페인 한 잔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간접적으로 우승에 대한 열망을 보였다.
바람대로 55년 만의 우승을 달성한 뒤 슈틸리케 감독은 어떤 어록을 추가할까. 벌써부터 그의 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시드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