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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캠프에서 '스타크래프트' 초반 멀티작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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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적어도 현재까지는) RTS(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게임)가 '스타크래프트'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하나의 게임이 개인의 인생과 사회의 문화, 그리고 국가 단위의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은 스타크래프트가 처음이다. 90년대 후반에 강력하게 등장한 스타크래프트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군과 수많은 스타선수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PC방이 한국에 뿌리내릴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아직도 그 시절의 향수를 기억하는 팬이 많을 것이다.

서두에 갑자기 게임 이야기를 꺼낸 것은 스타크래프트에 담긴 전략 중에 야구와 관련된 것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과 유니트를 효율적으로 운용해 상대를 제압한다'는 본질은 사실 RTS나 야구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때로는 비슷한 형태의 전략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화 이글스의 스프링캠프 초반 운용이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초반 멀티 전략'을 연상케한다는 점이다.

한화는 올해 해외 스프링캠프를 두 군데서 열고 있다. 사실 야구단 스프링캠프가 동시에 두 군데에서 진행되는 건 이전에도 있었다. 과거 삼성이나 롯데, 그리고 선동열 감독 시절의 KIA는 투수조와 야수조를 초반에 따로 나눠서 투수조는 좀 더 따뜻한 지역에서 한동안 훈련하게 했다.

하지만 한화는 이런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이단 본진은 일본 시코쿠의 고치시에서 김성근 감독의 지도아래 강훈을 한다. 그리고 남쪽 오키나와섬에서는 재활선수들의 '재활캠프'가 마련돼 있다. 재활캠프에는 투수와 타자가 모두 포함돼 있다.

'재활캠프'라고 해서 우습게 보면 안된다. 이곳에 한화의 주전급 선수들이 많이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야수에서는 이용규와 최진행 노수광(이상 외야수) 송광민 한상훈 이학준(이상 내야수)가 있고, 투수중에는 베테랑 박정진과 'FA 듀오' 배영수 송은범, 그리고 윤규진 이태양 윤기호 유창식이 있다. 오키나와 재활캠프만으로도 대충 한 팀이 구성될 정도다.

이로 인해 고치 캠프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김 감독은 신경이 두 배로 쓰인다. 수시로 오키나와 멤버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또 고치 캠프도 초반에 더 힘겹게 운용되고 있다. 아무래도 주전급 선수들이 떠나 있으니 비주전급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있는 전력을 바닥까지 긁어모아 새 전력을 키우는 데 매진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캠프에서 직접 지켜보니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초반 멀티' 전략이 떠올랐다. 이 전략은 경기 초반 전투 유닛 생산은 최소화하고 재빨리 자원지역에 다른 기지를 건설해 자원보유량을 비축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초반에는 무척 궁핍하고, 힘이 약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위기를 잘 버티면 중반 이후에는 엄청난 전력 시너지효과가 생긴다. 멀티기지에서 계속 생산되는 자원을 바탕으로 더 강력한 유닛을 많이 뽑아낼 수 있기 때문. 처음의 시련을 극복하면 달콤한 열매를 따낼 수 있다.

이 전략이 바로 한화의 초반 스프링캠프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고치 캠프'와 '오키나와 캠프'의 관계는 스타크래프트의 '본진'과 '멀티기지'와 흡사하다. 본진을 운용하는 김 감독은 오키나와에도 계속 신경을 쓴다. 고치캠프로 데려올 수 있는 선수가 누가 있는 지를 살피는 것이다. 오키나와 캠프의 목적은 끊임없이 선수들을 회복시키고 기량을 키워내 고치의 본진캠프로 보내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는 초반에 두 배 이상 신경이 쓰이고, 또 훈련 지도의 피로감도 크지만, 나중에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팔꿈치 통증으로 오키나와 캠프에서 재활을 했던 '7억팔' 유창식이 26일 본진인 고치 캠프로 합류했다. '훈련 준비 완료' 판정을 받은 것이다. 유창식을 시작으로 오키나와 '멀티기지'에서 '본진' 고치캠프로 합류할 전력은 적지 않다. 재활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멀티기지 '오키나와'가 활성화될 수록 '본진' 고치캠프의 전력을 더욱 강해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