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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컵]기성용 父 "나는 헤딩 잘했는데 아들은 헤딩 안하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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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기성용(26·스완지시티)은 더 이상 A대표팀의 전담 키커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세트피스 상황이 발생하면 킥 대신 헤딩을 하기 위해 문전에 투입된다. 기성용의 키가 크다는 이유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기성용의 공식적인 키는 1m87이다. 그러나 20대 초반 병역 신체검사 시절 이미 1m89였단다. 21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시내에서 만난 기성용 부친 기영옥 광주축구협회장은 "지금은 아마 1m90을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용이가 키가 큰 것을 숨기고 싶어한다. 헤딩을 시킬까봐…"라며 웃었다.

기성용의 택배 크로스가 사라지면서 슈틸리케호의 세트피스는 다소 밋밋해졌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프리킥이 짧아졌다. 먼 곳에서 앞으로 뛰어나오면서 잡는 골키퍼에게 유리해졌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세트피스에서 골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 회장은 "사이드에서 차는 프리킥은 골키퍼 앞쪽까지 가다 살짝 휘어서 골키퍼를 지나치는 곳에 떨어지도록 차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성용의 킥 능력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자로 잰 듯한 정확한 프리킥으로 수비수 이정수(35·알사드)의 두 골을 도왔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기성용의 오른발은 '프리킥의 마법사'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40)과 같은 '황금발'이다. 기성용은 이청용(27·볼턴)과 함께 K리그가 만든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하지만 헤딩은 기성용의 스타일이 아니다. 기 회장은 "헤딩에 안 좋은 기억이 있는지 연습하라고 해도 잘 안 한다. 호주에 있을 때도 김판근 감독한테 헤딩 훈련을 시키라고 부탁도 했다"고 말했다.

기 회장은 당근책을 써본 기억이 있다. 헤딩 골을 넣으면 자동차를 사주겠다고 했었단다. 기 회장은 "나는 현역시절 수비수였다. 헤딩을 잘했는데 아들은 영 딴판이다. 헤딩을 잘 안하려고 하네"라며 웃었다. 기성용은 축구 인생에서 헤딩골을 두 차례밖에 없었다. 18세였던 2007년 6월, 20세 이하 대표팀 부산컵 코스타리카전과 선덜랜드 임대 시절이던 지난해 3월 리버풀전이었다. 기 회장은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선 헤딩은 필수다. 헤딩을 가장 많이 해야 하는 포지션에서 헤딩을 안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기성용은 '헤더'로 변신 중이다. 스완지시티 경기에서 세트피스 상황이 발생하면 문전에서 헤딩에 집중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년차 기성용에게 헤딩은 생존 전략이 됐다. 호주아시안컵에서도 헤딩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제공권과 힘이 좋은 호주전에선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공중볼을 자주 따냈다.

'캡틴'의 책임감이 발동했다. 기 회장은 "성용이가 순천중앙초 6학년 때 주장을 했었다"며 "승부욕이 강하다. 주장을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용은 슈틸리케호에서 '밀당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선배들에게는 허물이 없으면서도 깍듯하게 대한다. 특히 뭔가를 결정할 때 팀 내 최고참 차두리(35·서울)와 곽태휘(34·알 힐랄)에게 반드시 의견을 물어본다. 선배에 대한 예우와 존중이 이미 몸에 베어있다. 후배들에게는 평소 다그치는 법이 없다. 두 살 어린 수비수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인정했다. "성용이형은 후배들에게 살갑게 대해준다. 위로와 좋은 말을 잘해준다." 무엇보다 화합을 중시한다. 대표팀 식사 때마다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으며 선후배의 얘기를 듣는다. 박지성(34·은퇴)에게 배운 것이 컸다. 허정무호에서 주장을 맡았던 박지성은 식사 때마다 테이블을 바꿔가며 자연스럽게 동료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호주아시안컵은 리더로 처음 참가하는 대회다. 기 회장은 "성용이가 주장 완장을 처음 차고 나선 대회다. 부담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성숙해지고, 가벼운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지켜봐달라"고 했다.

멜버른(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