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시즌3의 첫 녹화가 드디어 내일(21일)로 다가왔다.
'나가수'는 시즌1과 시즌2를 통해 임재범을 비롯해 김범수, 박정현, 김현우 등을 스타로 만들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이 끝나고 나면 '나가수' 출연진이 부른 노래가 각종 음원 사이트의 상위권을 싹쓸이 하는 등 일주일마다 가요계는 '나가수'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만큼 '나가수'가 시즌3를 제작한다는 소식은 시청자들을 흥분하게 하고, 가요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소찬휘 효린 박정현 하동균 십센치 등 출연 가수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한 명 한 명 공개되자 흥분과 긴장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있다.
물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출연진에 따라 분위기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겠지만, 그동안 '나가수'가 보여준 레전드급 무대들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전세 역전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나가수' 시즌3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의 또다른 원인이 있으니 바로 MC를 맡은 가수 박정현이다.
박정현은 '나가수' 시즌1에서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조수미의 '나 가거든',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 등의 무대를 통해 작은 체구에서 품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100% 사로잡았다. 특히 김범수와 함께 최장 생존 가수로 1위를 4번하며 명예 졸업했으며, 그 인기에 힘입어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CF 광고를 찍는 등 제2의 전성기를 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나가수'와 박정현은 말 그대로 찰떡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노래하는 박정현일 때의 얘기고, 진행자 박정현과 '나가수'의 궁합은 불안감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것이 박정현은 LA에서 태어나 대학교 2학년때까지 미국에서 생활한 재미교포다. 그런만큼 방송 진행을 완벽히 소화하기에는 한국어 구사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박정현은 MC 경력도 빈약하다.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TV조선에서 방송된 'P.S I LOVE YOU 박정현'이라는 음악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것이 사실상 전부.
무엇보다 '나가수'는 MC도 출연진들과 함께 경연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박정현이 받게 될 부담감은 누구보다 클 수 밖에 없다. 실제 '나가수' 시즌1에서 MC로 활약했던 가수 이소라는 자신의 무대에 대한 부담에 MC의 역할까지 더해지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상황이 박정현에게는 불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MBC와 소속사 측은 오히려 '나가수' 시즌3의 성공에 박정현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MBC는 '나가수' 시즌3를 준비하며 MC로 2명의 여가수를 생각했었다. 첫번째 카드가 시즌1의 MC인 이소라였고, 나머지 한 명이 바로 박정현 이었던 것. 이소라가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밝힌데 이어 박정현 역시 처음에는 MC를 맡는 것에는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작진의 끈질긴 설득에 어렵게 '오케이' 대답을 줬다.
그렇다면 박정현은 왜 모험과도 같은 '나가수' 시즌3의 MC를 맡는다고 했을까?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박정현 씨는 '나가수' 출연 이전과 이후로 가수 생활이 나뉠 정도로 '나가수'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며 "'나가수'가 원숙한 진행을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진행에 대한 부담을 줄여줬다. 여기에 '나가수' 출연 이후 박정현 씨가 한국어에 대한 부담을 많이 떨쳐냈고, 한국어 공부도 꾸준히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박정현 씨는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시청자들에게 무대의 감동을 오히려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즌1,2와의 차별화가 생명인 '나가수'를 생각한다면 뻔하지 않은 진행을 선보일 것이 명확한 박정현을 MC로 내세웠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가수' 시즌3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시즌제로 첫 선을 보이는 '나가수' 시즌3는 오는 30일 밤 10시에 첫 방송된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