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클라라와 기획사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이하 폴라리스) 사이의 전속계약 분쟁이 며칠째 연예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양측이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이란 단어가 등장해 사태를 키웠고, 이 자극적 문구에 사태의 본질이 가려진 채 폭로전이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양측이 주고받은 모바일메신저 문자메시지까지 공개됐다. 이 문자메시지에 대한 일련의 보도 역시도 '성적 수치심 발언'을 확인하는 데에만 집중돼 있다.
클라라 측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론몰이를 우려해 공식입장까지 자제하고 있다. '공개된 문자메시지는 일부분일 뿐이라며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클라라 측 설명에 따르면 양측의 갈등은 계약의 전제 조건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해석 차를 부른 전제 조건은 바로 '위약금' 변제 여부다. 클라라가 폴라리스와 계약을 하기 전에 이전 소속사인 G사에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에 대해 폴라리스 측이 대리 변제를 약속했다는 것이 클라라 측의 주장이다.
이같은 정황은 공개된 문자메시지 내용에도 나온다. 9월 4일 주고받은 메시지에서 클라라는 "소송을 원하지 않으며 그쪽(G사)에서 ○억원을 이야기한다"면서 "회사에서 지급해줄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자 폴라리스의 이모 회장은 "법무실과 경영지원실에 해결방안 검토하라고 하겠다"며 "잘 상의해서 빨리 종결하고 일 열심히 하라"고 답한다. 물론 일부 내용이긴 하지만 메시지의 맥락만 놓고 보면 폴라리스 쪽이 클라라의 위약금 문제를 해결해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약서에 날인할 때까지도 폴라리스 측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결국 클라라가 직접 G사에 위약금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진다. 클라라 측은 계약의 대 전제 조건이 불이행된 것을 근거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뒤 지난 12월에는 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을 냈다. '성적 수치심 발언'은 실제로 있었든 아니든 간에 갈등을 심화시킨 하나의 요인이었지 진짜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 클라라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폴라리스 측은 19일 "계약 이후에도 클라라가 독단적 행동을 했고 여러 차례 이를 시정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근거가 없는 성적 수치심 발언을 문제 삼아서 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협박했기 때문에 형사 고소를 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위약금 변제 약속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밝혔다.
클라라는 이번 일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성적 수치심을 문제 삼은 배우가 소속사 회장에게 섹시 컨셉트의 화보 사진을 보낸 것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해외에서 자란 클라라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에서는 단순히 일을 했다는 것을 보고하거나 알리는 수준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이모 회장의 대응도 일반적인 격려 차원을 넘지 않는다.
이번 문자메시지 공개가 또 다른 법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에 제출된 중요한 증거자료 중 하나로, 양측 당사자와 수사 당국 말고는 알 수 없는 개인적인 자료라는 점 때문이다. 한 법조 관계자는 "만에 하나 분쟁 당사자 한쪽이 공개에 동의를 했다손 치더라도 공개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의도치 않게 대화내용이 공개된 상대방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특히 이번 사건처럼 법적으로 조사중인 문제에 대해서는 지극히 사생활과 관련된 대화 내용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법적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공개를 결정했더라도 도덕적인 문제는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폴라리스 측은 "어떻게 이런 내용이 공개된 건지 알 수 없고, 내용이 맞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