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속에 첫 고개를 넘었다.
8강전이 기다리고 있다. 슈틸리케호는 22일 오후 4시30분(이하 한국시각) 멜버른에서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을 치른다. 이제부터는 단두대 매치다. 승리하면 4강, 패하면 짐을 싸야 한다.
그 시간이 왔다. 슈틸리케 감독이 제대로 된 색깔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슈틸리케호는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감기 몸살로 신음했다. "이렇게 고전할지 몰랐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우리는 우승후보에서 제외될 것이다. 상당한 발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 직후 슈틸리케 감독이 쏟아낸 한탄이다.
호주와의 3차전 후 또 달라졌다. 태극전사들은 강력한 투지를 앞세워 개최국 호주를 1대0으로 요리하고 A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그러나 내세울 전술은 없었다. 축구는 상대성이다. 우즈벡은 조별리그에서 맞닥뜨린 상대들과는 또 다르다. 슈틸리케 감독은 새로운 전술을 구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한 전략이다. 약속된 전술이 그라운드에서 빛을 발해야 한다.
이청용(볼턴)과 구자철(마인츠)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가용할 카드가 많지 않다.
최전방에서는 원톱이 됐든, 제로톱이 됐든 조영철(카타르SC) 이근호(엘 자이시) 이정협(상주) 등이 하모니를 연출해야 한다. 조별리그에선 3명이 모두 가동됐다. 오만전에는 조영철에 이어 이정협, 쿠웨이트전에선 이근호에 이어 이정협이 원톱에 포진했다. 호주전에선 이정협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조영철과 이근호는 전술 변화에 따라 측면에도 위치했다. 조영철과 이정협이 각각 한 골을 터트렸다. 최전방 공격수들이 골을 터트리면 가장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토너먼트에서는 선제골이 향방을 결정한다. 이들의 책임이 더 막중하다.
수비라인도 곽태휘(알 힐랄)가 가세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여전히 웃을 수 없다. 중앙수비수는 상대의 전력을 떠나 한 순간도 집중력이 흐트러져서는 안된다. 한 명이라도 삐걱거리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좌우측 윙백의 영리한 경기 운영도 필수다.
우즈벡의 밀집수비도 예상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다. 그물망 수비에는 측면에 첫 번째 열쇠가 있다. 조밀한 중앙을 뚫기는 쉽지 않다. 측면을 활용한 공격 패턴이 가장 효과적이다. 반박자 빠른 중거리 슈팅도 자주 나와야 한다. 프리킥과 코너킥 등 축구에서 가장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통로인 세트피스도 다듬어야 한다. 세트피스는 밀집수비와도 무관하다. 약속된 세트피스를 통해 공격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또 과욕을 부리면 템포를 잃어버릴 수 있다. 공수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해야 한다. 상대가 집중력이 떨어질 때까지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주전이 불씨였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이 다시 살아났다. 침체된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가동할 수 있는 운영의 폭은 더 넓어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