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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괌 지옥훈련, 진흙 범벅된 그들의 유니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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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의 괌 전지훈련은 악명이 높다.

선수들은 하루에 1~2차례 지옥훈련과 만난다. 2시간여에 걸쳐 인간의 한계와 싸우고 또 싸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저승사자'다. 관용은 없다.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거친 말이 쏟아진다.

괌 전지훈련도 종착역에 다다랐다. 서울은 3일 일찌감치 괌에 둥지를 틀었다. 예년에 비해 4~5일 빠른 여정이다. 이유가 있다. K리그 팀 가운데 가장 먼저 시즌이 시작된다. 지난해 극적으로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한 서울은 올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0.5장이다.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조별리그에 오를 수 있다. 서울은 2월 17일 안방에서 하노이(베트남)-반둥(인도네시아) 승자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단판 대결이다.

어느 해보다 긴장감이 가득하다. 최근에는 궂은 날씨가 심술을 부리고 있다. 이상기온이다. 건기지만 비가 잦다. 쉼표는 없다. 진흙탕에서 사투를 벌인다. 선수들의 유니폼도 진흙으로 범벅이 돼 소방호스가 등장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진흙을 털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괌 전지훈련은 1년 농사의 기초다. 단내나는 체력훈련을 통해 시즌을 준비한다. 혹독하면 혹독할수록 한 시즌의 뼈대가 단단하게 구축된다. 최 감독의 믿음이다. 서울은 2012년부터 괌에서 1차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화두는 변화다. 최 감독은 괌 전지훈련을 통해 역동적이고 젊은 팀으로 거듭나기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2012년 우승의 근간은 4-3-3 시스템이었다. 2013년에는 '무공해(무조건 공격) 축구'로 꽃을 피웠다. 4-4-2, 4-2-3-1 시스템으로 변화무쌍한 전술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스리백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수비축구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새로운 축구를 펼쳐보이고 싶다는 그의 열망이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올해에는 또 다시 새로운 전술을 꺼내들 계획이다. 그래서 전쟁이다. 그는 "스리백도 써 봤고, 포백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골도 넣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도록 스스로 동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기존의 베테랑 선수들과 끈끈한 신뢰를 유지하는 한편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 넘치는 패기를 보고 싶다. 신선함을 줄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며 "선수들도 끊임없는 변화에 동참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올해에는 더 살벌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22일 괌 전지훈련을 끝내고 귀국한다. 25일부터 2월 8일까지는 일본 가고시마에서 2차 전지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두 번째 단계다. 서울의 겨울이 뜨겁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