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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가장 마지막에 혼자 식사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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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습관이 돼서 괜찮아."

'야구', '연습', '강해지는 법'. 한화 이글스 김성근(73) 감독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들이다. 김 감독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팀을 강하게 만들수 있을까'만 생각한다. 그 밖의 것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오죽하면 팀에서 가장 늦게 점심 식사를 할 정도다. 선수들이 점심을 먹을 동안, 김 감독은 그라운드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17일 일본 고치 시영야구장. 한화 스프링캠프가 3일째로 접어들었다. 아침 8시반부터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모여 웜업 스트레칭과 러닝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오전 9시쯤 그라운드로 나온 김 감독은 한동안 훈련 스케줄표를 보더니 곧바로 메인구장 그라운드로 걸어나갔다. 선수들의 웜업과 러닝을 꼼꼼히 살펴본 뒤 내야수, 투수들과 함께 보조구장 쪽으로 향했다. 내야 펑고 수비훈련을 잠시 지켜본 김 감독은 다시 보조구장 코너의 불펜으로 이동했다. 이미 예고했던 대로 투수진을 집중 조련하기 위해서였다.

김 감독은 지난 15일 인천공항에서 캠프로 출발하기에 앞서 "이번 캠프에서는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칠 계획이다. 물론, 펑고도 직접 치길 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야수들의 수비와 타격 훈련은 다른 코치진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투수 육성에 전념하겠다는 뜻. 그만큼 투수진을 취약 파트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역 시절 투수였던 김 감독은 그간 맡아온 팀에서마다 투수들의 기량을 확연히 이끌어올리곤 했다.

김 감독은 자신이 한 말대로 투수진 육성에만 초점을 맞췄다. 야수들의 훈련은 코치진에 일임한 채 불펜에서 투수들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야수들의 훈련장면을 보려고 해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워낙 불펜이 특이하게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 보조구장 한쪽 구석에 있는데, 사방에 약 4m 정도의 높이로 철판 벽이 세워져 있다. 공사장에서 임시로 세우는 그런 철판이다. 그리고 천장은 뻥 뚫려있다. 두 곳에 설치된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돼 있다. 당연히 그 안에 있으면 바깥을 볼 수도 없다.

사방이 막힌 구조지만, 내부는 꽤 넓다. 총 4명의 투수가 동시에 피칭 연습을 할 수 있다. 오전 11시쯤 이곳으로 들어간 김 감독은 몇 시간 동안이나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투수들을 조련했다. 조별로 나누어진 투수들은 불펜 피칭을 마친 뒤 로테이션으로 식사를 했지만, 감독은 선수 지도에 몰두했다. 새로운 조가 계속 불펜으로 투입돼 김 감독의 앞에 도열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 감독은 모든 투수들을 한 명씩 돌아가며 다 지도한 뒤에야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오후 3시20분. 무려 4시간이 넘도록 불펜에서 선수들을 가르친 것이다. 메인구장 실내에 마련된 공간에서 이미 식어버린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 김 감독은 그 와중에도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선수들의 훈련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야 늘 이렇게 점심을 먹어와서 괜찮아.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게 걱정일 뿐이지." 김 감독은 지금 걱정이 태산같다. 시즌 개막 전까지 선수들의 기량을 미리 생각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팀에서 가장 늦게 점심을 먹으면서도 선수들을 관찰하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담겨있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