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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허삼관' 하정우, 감정연기하면서 '컷'을 외칠 때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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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안젤리나 졸리, 러셀 크로우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들의 공통점은 톱배우라는 것 말고도 한가지 더 있다. 바로 연기와 함께 감독 역할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품이 여느 감독의 연출작 못지 않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아니 배우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려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낸다. 하정우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허삼관'도 그렇다.

"원작 '허삼관 매혈기'는 중국 작품이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매혈을 했거든요. 어르신분들은 알고 있는 일이라 낯선 느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죠. 또 피를 뽑아서 돈을 번다는 자체가 독특한 설정이어서 끌렸습니다." '허삼관'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60년대를 디테일하게 그려낸 것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외진 바닷가 마을에서 촬영을 해볼까 했어요. 그런데 어차피 세트를 짓는 것 만큼 제작비가 들어가더라고요. 접근성도 많이 떨어지고요. 그래서 순천과 합천에 있는 세트를 리모델링 했어요. 이 영화가 정서적으로 동화같은 느낌을 줬으면 해서 아기자기하게 많이 꾸몄죠. 이국적으로 레퍼런스를 잡았어요. 하바나 뒷골목의 빈티지한 느낌이 들게 하고 싶었죠."

그래서 '허삼관'은 소설 속 캐릭터들의 문어체적 말투가 자연스럽게 들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미술이나 음악이 너무 사실주의로 가버리면 밸런스가 깨질 것 같았어요. 처음부터 허삼관(하정우)이 허옥란(하지원)에게 먹을 것을 사주고 '언제 시집 올거냐'고 묻는 것 자체가 판타지잖아요. 드라마 스토리에 설득력을 주려면 그런 감성들을 잘 만들어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음악 같은 경우도 '토이스토리'나 '몬스터 주식회사'같은 애니메이션들을 많이 참고했고요."

실제로 영화 속 허삼관의 고향 공주의 마을은 춥고 배고픈 시절이지만 왠지 따뜻해 보이는 느낌이 있다. "한국전쟁 직후라 춥고 배고픈 시절이지만 기댈 수 있는 낭만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미술적으로 극화시켰던 부분이 컸어요. 개천에서 아이들이 놀고 빨래하는 장면도 그렇고요."

'허삼관'의 또 하나의 특징은 카메오들의 대거 등장이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배우 하정우의 힘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그런 면도 있죠"라고 웃었다. "대부분 전작을 저와 함께 했던 분들이니까요. 저도 배우 입장이기 때문에 뭔가 설득하기보다는 '이런 역할이 있는데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들 힘을 보태줬던 거죠." 특히 윤은혜는 '뚱녀'로 파격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 역할이라는 것을 알고 결정했기 때문에 힘들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여배우라 걸리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 캐릭터가 그의 배우 행보에 악역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저보다는 본인이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했고 그래서 더 좋은 장면이 나온 것 같아요."

감독이자 주연 배우로서의 하정우가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감정 연기할 때는 연출을 같이한다는 것이 정말 힘들더라고요. 마지막 서울 장면에서는 단역 배우분들이 350명이나 등장하고 많은 물량이 투입된 신이었어요. 그것 전체를 진행하는데 감정 연기를 하려니 정신없었죠." 눈물 흘리는 연기를 하면서 본인이 "컷!"을 외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민망했어요. 누가 보면 이상하다고 했을 거예요. 여기서 눈물 연기를 하다가 막 뛰어 저기로 가서 모니터하고 다시 연기하고 그랬으니까요.(웃음)"

그렇게 감독 하정우의 두번째 연출작이 완성됐다. "처음 작품 '롤러코스터'는 워낙 저예산 영화에다 예술영화 범주에 들어가는 작품이지만 '허삼관'은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이 필요했어요. 스태프 인원도 많고 더 꼼꼼하고 계획적으로 진행해야 했죠." 하지만 본인은 감독 하정우에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신인감독으로서 두번째 작품일 뿐이죠. 경력을 더 쌓으면서 내 것을 내놓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이고요." 그래서 하정우 감독의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된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