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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형-동생 올스타전, 볼거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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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연맹(KBL)은 이번 시즌 올스타전 팀편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했다.

나이를 기준으로 시니어 매직팀과 주니어 드림팀으로 편성했다.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버렸다. 경기의 박진감을 높여 팬들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함이었다. 1987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즉 28세 이상은 시니어 그룹, 27세 이하를 주니어 그룹으로 나눠 각각 12명씩 선발했다. 프로 원년인 1997년부터 2003~2004시즌까지는 지역 기준으로 팀을 나눠 중부와 남부로 팀을 편성했고, 2004~2005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는 팀성적에 따라 매직팀과 드림팀으로 나눠 별들의 전쟁을 치렀다. 그러나 이번 올스타전은 베테랑과 신예 선수들의 맞대결 구도에 따른 노련미와 패기, 경험과 힘의 대결 등 볼거리 위주로 방식을 바꿨다.

1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올스타전. 모비스에서 함께 뛰는 양동근과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각각 매직팀, 드림팀으로 나뉘었다. SK 김선형과 애런 헤인즈 역시 서로를 겨냥해야 했다. 한솥밥을 먹는 동료 사이에서 적으로 만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형제가 같은 팀에서 뛰는 장면도 연출됐다. LG 문태종과 모비스 문태영이 똑같이 푸른색의 매직팀 유니폼을 입었다. 여기에 매직팀 사령탑은 50대를 대표하는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이 맡고, 40대 기수 SK 문경은 감독이 드림팀 지휘봉을 잡았다. 승부는 105대101로 '동생들'인 드림팀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내내 이전 올스타전과 다른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와 풍성한 볼거리가 돋보였다.

1쿼터 중반 드림팀의 라틀리프는 양동근의 골밑슛을 블록슛으로 저지했다. 라틀리프가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공격을 이어가는 사이 양동근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뒤를 따랐다. 평소 경기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 라틀리프의 힘은 2쿼터서도 나왔다. 매직팀 박상오의 공격을 또다시 블록슛으로 막았다. 박상오 역시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라틀리프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라틀리프는 양팀을 통틀어 최다인 29점과 23리바운드를 올리며 강력한 힘을 과시했다.

라틀리프와 호흡을 맞춘 김선형도 특유의 빠른 움직임으로 코트를 누볐다. 4쿼터 4분을 지날 즈음 전광석화같은 패스로 라틀리프에게 어시스트, 골밑슛을 도왔다. 정규시즌서는 결코 볼 수 없는 KBL 최강의 가드 김선형과 센터 라틀리프간의 작품이었다. 김선형은 매직팀이 5점차로 따라붙은 경기종료 1분10초를 남기고는 속공을 받아 빠른 돌파로 골밑슛으로 연결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기도 했다. 매직팀 수비진이 넋을 놓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김선형은 16점, 6어시스트로 경기를 지휘하며 MVP에 선정됐다. 김선형은 상금 300만원과 함께 트로피를 받았다.

이에 맞선 매직팀 '형들'은 과감한 3점슛을 폭발시켰다. 올스타전이니만큼 돌파나 제공권보다는 정교한 외곽슛을 통해 팬들을 즐겁게 했다. 전태풍(KT)은 2쿼터 초반 3점슛 3개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총 4개의 3점포를 꽂았다. 문태종 역시 5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뛰어난 감각으로 17점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1쿼터 후 열린 3점슛 컨테스트 결승에서 맞붙었다. 준결승에서 문태종은 정영삼(전자랜드)과 15-15 동점을 이룬 뒤 서든데스에서 승리자가 됐다. 전태풍은 김지후(KCC)를 20-15로 여유있게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는 문태종의 감각이 한 수 위였다. 45도 각도에서 4개를 연속으로 성공시키는 폭발력을 발휘하며 22-19로 승리, 우승자로 결정됐다.

매직팀은 조직력도 돋보였다. 2쿼터 1분35초를 남기고 속공 패스를 골밑에서 받은 김태술이 슛시도를 하지 않고 하프라인 근처에 있던 전태풍에게 다시 넘기자, 전태풍은 골밑으로 쇄도해 들어가는 헤인즈에게 고공 패스를 해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올스타전에서만 볼 수 있는 화려한 패싱 플레이였다.

이날 드림팀은 리바운드에서 52-38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며 골밑을 장악했고, 매직팀은 3점슛에서 15-12로 앞서며 외곽을 누볐다. 모처럼 강한 인상을 남긴 형과 동생의 올스타전 대결이었다. 잠실실내=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