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지난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부상 선수가 많았고, 투수진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 시즌에는 막판까지 LG 트윈스와 4위 대결을 펼쳤지만, 투수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김용희 신임 감독은 이번 시즌도 투수진이 가장 걱정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지난 5일 시무식에서 "144경기로 늘어나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투수진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SK는 오는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로 전지훈련을 떠나는데, 김 감독은 선발, 불펜에 걸쳐 주인이 결정되지 않은 보직에 대한 면밀한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런데 김 감독의 걱정과는 달리 주위에서는 SK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투수진 전력이 한층 좋아졌기 때문이다. 전지훈련을 앞둔 현 시점, SK만큼 짜임새있는 마운드를 갖춘 팀도 많지 않다. 선발과 불펜에 걸쳐 필요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는 이야기다. SK 관계자들도 내심 투수진 전력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에이스 김광현의 잔류에 고무돼 있다.
김 감독은 "당초 김광현이 없다고 생각하고 투수진 구성을 생각했다. 깜깜했다. 그런데 광현이가 결단을 내려줘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외국인 투수 트래비스 밴와트는 지난 시즌 합격점을 받아 재계약했다. 시즌 중반 합류했음에도 두드러진 타고투저 현상 속에 9승1패, 평균자책점 3.11의 돋보이는 성적을 올렸다. 3,4선발을 맡는 메릴 켈리와 윤희상도 일단 건강 상태는 좋다. 5선발 후보로는 문광은 백인식 여건욱 고효준 등이 준비돼 있다. 선발진 구성에 큰 어려움은 없다.
불펜진에서는 군복무를 마친 정우람의 복귀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정우람은 군 입단 직전인 2012년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20을 올린 검증된 마무리다. 2011년에는 25홀드, 평균자책점 1.81을 기록하며 최강 셋업맨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2년의 공백 탓에 경기 감각이 걱정이지만 시즌 초에는 상황에 따라 투입하며 컨디션을 점검겠다는 게 김 감독의 계획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7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90으로 활약한 윤길현이 건재하고, 박희수도 부상에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 채병용 진해수 박정배 이재영 전유수 등 불펜층도 다른 팀이 부러워할 정도로 두터워졌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라도 변수는 존재한다. SK 투수진의 가장 큰 변수는 새 외국인 투수 켈리다. 27세의 젊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의 꿈을 접고 한국땅을 밟았다면 그만큼 계획이 서있고 의욕도 넘치겠지만, 한국 야구 적응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직구가 150㎞에 이르고 변화구와 경기운영능력도 좋다는 평가를 받지만, 잔뜩 물오른 한국 타자들과 까다로운 스트라이크존에 잘 적응할 지는 미지수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도 그리 반가운 이력은 아니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도 케일럽 클레이라는 젊은 투수가 있었다. 클레이는 26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를 포기하고 한국땅을 밟았다. 그러나 두 달 동안 10경기에서 3승4패, 평균자책점 8.33의 성적을 남기고 짐을 쌌다. 클레이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LA 에인절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도 6승11패, 평균자책점 6.21의 부진을 보였다. 클레이 역시 메이저리그 경험없이 의욕만 갖고 한국 무대로 들어왔지만, 제구력에 어려움을 겪으며 국내 타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물론 클레이와 켈리는 다른 선수다. 그러나 비슷한 위험성을 안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김 감독도 이를 감안하고 있다. 박희수와 박정배가 부상중이라 합류가 늦어지고 정우람이 2년 공백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 변수지만, 김 감독이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등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켈리와는 다른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켈리가 한국 무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SK는 또 한 번 어려운 시즌이 될 수도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