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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 양의지 오재원 김재호 주전예고, 그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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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은 일찌감치 주전 포수로 양의지를 언급했다. 그는 "최재훈도 좋은 포수다. 하지만 우리 주전 포수는 양의지"라고 했다.

그 뿐만 아니다. 개인적으로 오재원에게는 "너의 타격능력에 주전 2루수를 확실히 하려면 3할4푼은 쳐야하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단다.

여기에 김재호에게는 "타율을 좀 더 높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멘트의 공통점은. 사실상 일찌감치 주전에 대한 언질을 준 것이다.

김 감독은 "넥센 염경엽 감독처럼 공식적으로 스프링캠프에서 주전과 비주전을 구분하진 않는다. 하지만 주전을 일찌감치 정하는 것은 맞다. 선수들에게 '압박용'으로 슬쩍슬쩍 돌려서 얘기하기도 한다"고 했다.

2012년 10월 염 감독은 취임 직후 스프링 캠프에서 주전과 비주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런 시도는 신선했다. 캠프에서 '경쟁'은 강력한 화두 중 하나다.

염 감독의 발상은 신선했다. 당시 그는 "일찍 주전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일리있는 주장이었고, 효과도 있었다.

기계적이진 않다. 당시 주전 포수는 박동원으로 낙점했지만, 시즌이 들어서자 허도환이 마스크를 쓰는 일이 많았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발표됐던 주전 명단은 충분히 바뀔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같은 시도는 당시 무명이었던 염 감독이 추구하는 팀컬러를 강인하게 선수단 전체에 인식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은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비슷한 노선이다. 그는 "어차피 우리팀 입장에서 양의지가 주전 포수를 맡아줘야 중심이 선다. 최재훈은 백업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면 된다"고 했다. 프로야구는 144경기를 치른다. 주전들이 모든 경기를 치를 수 없다. 당연히 효율적인 분담이 필요하다. 일찌감치 주전과 백업을 구분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판단.

이런 조치가 경쟁의 회피를 의미하진 않는다. 김 감독의 머리 속에 그려논 주전 명단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더욱 선명한 색깔이 될 지, 지워질 지 알 수 없다.

두산은 2013년 한 포지션에 두 명 이상의 선수를 경쟁시키는 '플래툰 시스템'으로 재미를 봤다. 두산의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 양과 질에서 워낙 좋은 야수들이 많았다.

당시 시즌 전 많은 전문가들은 "주전과 백업을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김진욱 감독은 그대로 경쟁을 강행했다. 좋은 성적이 났지만, 내부적으로 약간의 부작용도 있었다. 결국 후반기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주전 라인업을 확정지은 채 경기를 치렀다.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임재철 등 실전 투입이 가능한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두산의 야수진은 2013년보다 훨씬 더 헐거워졌다.

팀은 중심이 필요하다. 확고한 주전라인이 그런 중심을 튼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효율성과 함께 이런 팀의 응집력을 함께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양의지, 오재원, 김재호 등에게 던진 멘트의 진정한 의미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