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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만]구자철, 슈틸리케 믿음으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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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득점왕'의 화두는 '부활'이었다.

구자철(26·마인츠)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4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에서 펼쳐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그러나 전반 45분만 소화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주장 완장을 찼으나, 존재감은 미미했다. 전반 16분 골포스트를 강타한 손흥민의 슈팅을 만들어 준 것이 가장 인상적 장면이었다. 후반 투입된 포지션 라이벌 남태희(24·레퀴야)가 펄펄 날면서 상대적으로 구자철의 부진은 더 커보였다. 주전 자리를 사실상 남태희에게 내준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이어졌다.

대표팀 내 입지도 불안해 보였다. 사우디전 이후 주장을 기성용(26·스완지시티)에게 넘겨줬다. 구자철은 9일 오만전 대비 마지막 공식 훈련에서도 인터뷰를 원하던 취재진이 기다리던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그냥 지나치면서 부진 여론에 불편한 심기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이 깨졌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10일 오만전에 구자철을 선발로 중용했다. 부활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반드시 뭔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구자철은 경기 초반부터 왕성한 활동량을 보였다. 의욕적으로 포어 체킹(전방 압박)을 가했고, 공수 연결 고리 역할도 수행했다. 미드필드로 내려와 공을 잡고 공격을 풀어주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킬러 본능'도 살아나는 듯했다. 전반 5분 아크 서클 왼쪽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슛으로 날렸다. 오만 골키퍼 알 합시의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구자철의 폭발적인 움직임은 모습을 감췄다. 전반 31분에는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 수비수에 걸려 넘어졌지만, 주심은 구자철의 헐리우드 액션으로 간주했다.

그에게는 한 방이 있었다. 부활의 열쇠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었다. 전반 추가시간 조영철의 득점을 도왔다. 역습 상황에서 날린 왼발 슛이 알 합시 골키퍼의 맞고 흐른 볼을 쇄도하던 조영철이 넘어지면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초반에도 번쩍했다. 후반 12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박주호의 크로스를 쇄도하며 헤딩으로 골문을 노렸다. 이번에도 알 합시 골키퍼에 막혔다. 구자철이 80% 이상 만들어준 슈팅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구자철의 활약에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구자철은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으로 부활했다. 구자철 축구인생의 두 번째 아시안컵은 이제 막을 올렸다.

캔버라(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