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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줄 벼랑끝에 선 투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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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나이 40이면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진다. 가정, 건강, 친구, 명예, 자산, 노후. 터닝포인트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야구에서 40은 언제 다다를 지 모를 종착역을 향해 가는 나이다. 타자도 크게 범주를 벗어나지 않겠지만 생체나이는 투수에게 더 큰 멍에다. 속에 감춘 여력은 본인만 안다.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

올해 한국나이로 40이 된 선수는 박정진(한화), 임창용(삼성)이다. 손민한(NC)과 임경완(한화)은 만으로 40이다. 이들과 더불어 KIA 최영필(만 41)까지 40대 현역투수는 모두 5명이 됐다. 지난해까지 최고령 투수이던 류택현(만 44)은 LG코치로 제2 인생을 걷고, 마흔이 된 신윤호는 둥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내일 모레면 마흔'이 되는 77년생 선수들도 조바심이 나긴 마찬가지다. 노장에게 '다음'은 없기 때문이다. 갈수록 내리막을 걷는 선수들에게는 올해 성적은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 유일한 보험이다. 77년생 투수는 서재응(KIA), 송신영(넥센), 이상열(LG), 이정훈(넥센), 외국인투수 옥스프링(KT)이 있다. 그나마 다행은 타저투고 트렌드다. 지난해 역대급 투수난을 경험했다. 10개 구단 공히 144경기 체제를 맞아 투수확보에 바빴다. 노장이라 할지라도 기회는 좀더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벼랑끝이다

서재응은 지난해 은퇴를 고려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6경기에서 2패2홀드 평균자책점 6.40.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그에게 이런 초라한 성적은 어울리지 않는다. 연봉도 40%나 싹뚝 잘려나가 1억2000만원이다. 김기태 신임감독과 의기투합해 마지막을 준비한다. 서재응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해보고 안되면 깨끗이 인정하고 은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창용은 지난해 49경기에서 5승4패31세이브를 따내며 팀의 한국시리즈 4연패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연봉은 5억원, 구단과 한창 연봉협상 줄다리기 중인데 플러스 요인은 분명하다. 다만 5.84의 평균자책점은 임창용답지 않다. 구위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향후 선수생활이 1~2년이 될지, 3~4년이 될지는 올해 결정된다. 임경완에게 올해는 마지막 몸무림이다. 지난해 SK에서 승패없이 16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김성근 감독 지난 11월 갈곳 잃은 임경완을 마무리캠프로 불렀다. 지난해 연봉 2억원에서 올해 90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됐지만 그가 입은 유니폼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매년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마운드에 서는 것은 외국인투수도 마찬가지다. 옥스프링은 롯데에서 184⅓이닝 10승8패라는 실적을 냈지만 재계약에 실패했다. 나이 때문이다. 수년간 '힘들 것이다'라는 예상을 깨고 제몫을 다했지만 소속팀의 부름을 받지못하다 막판에 신생팀 KT유니폼을 입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 편견을 깨라

그렇다면 투수들의 정년은? 정해진 바 없고, 이를 규정할 이도 없다. 공자는 40을 불혹이라하고, 70을 종심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100세 시대다. 의지를 세월에 가둬두기엔 인생이 너무 길다.

김성근 감독(73)은 지난해 11월 한화의 마무리캠프에서 수백개의 펑고를 치며 수비수들을 단련시켰다. 젊은 코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무턱대고 나서지 않았다. 감독실에 야전침대와 아령을 배치하고 복근 운동과 팔힘을 키웠다. 준비를 통해 실행을 위한 힘을 얻었다.

최고령 투수 최영필은 올해 자신의 최고연봉에 다시한번 도달했다. 7000만원에서 연봉이 1억3000만원으로 뛰었다. 무려 85.7%나 인상됐다. 6년만의 억대연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FA 미아와 방출 등 끊임없는 시련속에서도 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해 40경기에서 53⅔이닝을 소화하며 4승 2패와 14홀드,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했다. 저돌적으로 정면승부하는 과감함은 젊은 선수 기개에 못지않다. KIA구단은 올해도 최영필을 중심으로 불펜을 운영한다.

지난해말 메이저리그 뉴욕양키스에서 FA가 된 뒤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에 복귀한 구로다 히로키(40)는 여전히 최고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뿌린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신념을 나이에 가두지 않는 야구철학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