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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부동산] 공인중개사, 2015년 새해와 함께 혹한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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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의 차가운 경기보다 더한 혹한기를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공인중개사들이다. 2015년 새해를 맞았다고 희망을 품을 겨를도 없다. 올해부턴 차갑다 못해 생존을 심각하게 걱정해야할 때다. 정부가 나서 부동산 규제완화와 활성화 대책을 내놓지만, 시장 반응은 영 시원치 않다. 반짝 훈풍이 불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동산 거래는 살아나질 않고 있다. 공인중개사가 한 달에 한 건 거래를 성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어딜 가나 상가 건물엔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한 집 건너 한 집일 정도로 넘쳐난다. 그럼에도 2015년은 공인중개사들에게 더욱 큰 시련의 시기가 될 듯하다.

▶새해부터 오피스텔 중개수수료 반토막

새해부터 중개수수료로 생계를 이어가는 공인중개사들에게 직격탄이 떨어졌다. 6일부터 주거형 오피스텔의 중개 수수료가 절반으로 인하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오피스텔 중개보수요율을 현실화한다며 절반으로 낮췄다.

그동안 매매·임대차 상관없이 거래금액의 0.9%의 수수료를 받던 공인중개사들은 당장 매매 0.5%, 임대차 0.4%의 수수료를 받는다. 국토부는 전용면적 85㎡이하, 전용입식 부엌, 전용 수세식화장실 및 목욕시설 등의 시설을 갖춘 오피스텔로 주거형으로 대상을 한정했지만 실제 대부분의 오피스텔이 이에 해당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수수료가 낮아져 반가운 소식이지만, 중개사 입장에선 당장 수익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오피스텔 거래를 주로 다루는 중개인들에겐 발등의 불이다.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정부 방침임에도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그만큼 중개사 입장에서는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국토부는 오피스텔에 이어 일반주택 중개보수요율 개선을 위해 지자체에 조례 개정안 처리를 권고했다. 국토부는 매매 6억~9억원, 임대차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해 각각 0.5%이하, 0.5%이하의 요율을 새로 적용키로 했다. 현재 6억원 이상 매매는 0.9%이하 협의, 임대차 3억원 이상은 0.8%이하 협의로 중개보수를 결정하게 돼 있다. 소비자 부담 절감과 거래가액 상승 등이 중개보수 재조정 원인이 있지만, 중개인들에겐 역시 수익이 줄어드는 소리로밖에 안 들린다.

이에 대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올해 주택 중개보수요율 변화가 예상되는데, 중개인에게는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또 오피스텔 수수료 인하로 소유주들의 세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전월세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런 게 부동산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전했다.

▶넘치는 공인중개사에 이미 시장은 레드오션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이라는 기쁨을 누린 사람은 8956명이다. 그러나 고시(考試)로 불릴 정도로 어렵고, 치열해진 공인중개사 시험의 합격자들이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깐이다. 공인중개사 누적 합격자는 무려 34만4466명이다. 합격과 함께 치열한 경쟁의 레드오션에 발을 담근 셈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소속된 개업 공인중개사만도 8만5000여명이다.

실제로 부동산 사무소는 상가 건물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혼자 사무실 유지가 힘들어 한 사무실을 공인중개사 여럿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넘치는 공인중개사와 치열한 경쟁이 '한 지붕 두 가족, 세 가족'이란 형태로 변형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주택 매매 거래량이 100만채를 넘었다고 반가워했다. 이는 전년 대비 20% 상승한 수치로 주택 거래가 확실히 전보다는 늘어났다. 임대차거래는 145만건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개업 공인중개사 수로 나누면 중개인들의 현실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주택 거래가 늘었다는 지난해 기준으로 개업 공인중개사 한 명당 연간 매매는 11.7건이고, 월간 매매는 0.98건이다. 즉 한 달에 한 건을 매매하는 수준이다. 임대차 거래는 연간 17건, 월간 1.4건이다. 수수료가 낮은 임대차 거래 역시 한 달에 한 건을 겨우 넘긴다는 의미다. 한 달 동안 매매 한 건, 임대차 1.4건으로는 부동산 사무실 운영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잠재적 위기도 곳곳에 도사려

코앞에 닥친 생존의 문제에 급급하지만, 살아남았다고 해도 잠재적인 위기가 기다리고 있어 공인중개사들의 힘을 빼고 있다.

지난해 법원에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소비자에게 잠재적 위험도를 설명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처음으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중개인에게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은 "중개업자는 부동산 등기부상에 표시된 권리관계를 확인, 설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임대차 계약이 끝나고 나서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도록 잠재적인 위험 상황도 파악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부동산 계약까지만 책임을 지던 중개사들이 계약이 안전하게 완료되는 시점까지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다. 세입자의 보증금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까지 됐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경매로 넘어가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잘못하면 중개사들이 보증금을 떼인 세입자들에게 줄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또 다른 강력한 잠재적 경쟁자의 등장도 부담이다. 지난해 2월 주택임대관리업 제도 도입 후 임대관리업체에 중개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향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추진했다가 중개인들의 강력 반발로 지금은 한발 뺀 상황이다. 부동산 중개를 독점했던 중개사들에게 임대관리업체가 중개까지 한다면 시장을 일정 부분 뺏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인 중개사들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임대관리업체와의 경쟁은 이기기 어려운 싸움일 수밖에 없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임대관리업체에게 중개권을 준다는 건 형평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공인중개사 시험 자체가 필요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정부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래저래 공인중개사들에겐 혹한기 훈련만큼 견디기 어려운 2015년이 될 듯하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