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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전창진 감독-로드, 베스트커플상을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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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에 이처럼 보기 좋은 스승과 제자가 있을까. 그것도 호랑이 사령탑과 통통 튀는 외국인 선수다.

kt 소닉붐을 이끄는 전창진 감독과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는 올시즌 kt에서 다시 만나 신바람을 내고 있다. 사실 그동안 많은 팬들이 전 감독과 로드의 사이를 오해했다. 로드가 2010~2011시즌부터 두 시즌 동안 kt에서 뛸 때, 전 감독이 유독 로드에게 엄격하게 대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자주 잡혔다. 외국인 선수를 직접 꾸짖으며 독설을 퍼붓는 감독, 그리고 분을 이기지 못해 씩씩 대는 로드의 모습은 자연스레 '애증의 관계'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올시즌을 앞두고 2년만에 재회했다. 지난 2013~2014시즌 전자랜드에서 뛴 로드는 재계약에 성공해 또다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으나, 발목 부상 이후 친정팀 kt로 트레이드됐다.

로드는 2010~2011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가장 마지막인 20순위에 kt에 입단했다. 철저히 무명이었던 로드를 발굴한 이가 전 감독이었고, KBL 정상급 외국인 선수로 성장시킨 이 역시 전 감독이었다.

로드도 이 사실을 잘 안다. 팬들의 오해와 달리, 로드는 전 감독을 코트 밖에서 아버지처럼 따른다. 전 감독은 사비를 털어 로드의 아들인 찰스 로드 3세의 돌잔치를 열어주는 등 누구보다 로드를 챙긴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는 로드가 전 감독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매년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써주는 전 감독에게, 로드는 직접 준비한 골프 용품을 선물했다. 평소 골프를 좋아하는 전 감독의 취향대로 각종 골프 용품을 준비한 것이다. 선물의 이유는, '그냥 크리스마스라서'. 로드 다웠다.

선물을 받은 전 감독도 싱글벙글이었다. 하지만 코트에선 여전히 엄한 스승이다. 로드는 골밑에서 나와 플레이하는 걸 선호한다. 이때문에 전 감독과 마찰이 많다. 로드의 장점을 살리고, 팀 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선 로드가 미들슛을 던지는 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 감독은 로드에게 이에 대한 말을 꾸준히 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얘기해 달래보기도 했다. 하지만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 감독은 5일 모비스전을 앞두고도 "그럼 (골밑에서) 나와서 딱 2개만 던져봐라. 만약 안 들어가면 인사이드에서 플레이해라"고 말해줬다.

로드는 이날 경기 초반 미들슛을 던지더니, 이후엔 고분고분 전 감독의 주문을 수행했다. 특유의 탄력을 이용해 수비 리바운드나 블록슛을 하면서 골밑을 우직하게 지켰다. 또한 투맨 게임으로 다른 선수들의 득점을 도왔다.

이날 로드는 데뷔 처음으로 한 경기 1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공을 내주고, 스크린을 걸고. 기본에 충실했다. 로드는 직전 경기였던 3일 삼성전에서 역대 4호 블록슛이 포함된 트리플-더블(21득점 14리바운드 10블록)에 이어 이번엔 어시스트를 포함한 트리플-더블을 기록할 뻔했다. 비록 13득점 10어시스트 9리바운드로 리바운드 1개가 모자라 2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에 실패했지만, 성장한 로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로드는 종료 16초를 남기고 5반칙 퇴장당했다. 하지만 코트로 들어오며 전 감독과 따뜻하게 포옹을 나눴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부산사직체육관의 팬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경기 후 전 감독은 "로드는 정말 많이 좋아졌다. 사실 내가 원하는 농구와 본인이 원하는 농구의 갈등이 있었다. 오늘도 2개를 던져서 안 들어가면 인사이드 플레이를 하라고 했는데, 골밑에서 굳건하게 리바운드와 블록슛을 해줬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로드가 대견하다며 칭찬했다. 그는 "믿음직스럽다. 엊그제 40분을 뒤고, 오늘도 2분 조금 넘게 쉬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체력적으로 버텨내 대견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로드도 대기록을 놓쳤지만, "감독님이 좋아해주셔서 나도 좋았다"며 미소지었다. kt로 돌아온 것, 그리고 전 감독과 재회한 게 누구보다 기쁜 그였다. '이제 대견하다'는 스승과 '좋아해줘서 좋다'는 제자. KBL에 '베스트 커플상'이 있다면, 이들에게 줘야 하지 않을까.

부산=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