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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회항'과 평창동계올림픽, 조양호 위원장의 거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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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회항'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정중동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는 5일 평창에서 200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다짐대회'를 개최했다. 시무식을 대신한 새해의 출정식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은 1130일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의 바퀴는 또 다르다. 2017년 1월 테스트이벤트를 거쳐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2년 밖에 남지않았다. 신년하례 및 실국장 간담회에 이어,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 정선 알파인경기장 등 주요 경기장에 대한 '베뉴(venue)' 투어 순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수장은 없었다. '땅콩 회항'에 직격탄을 맞은 한진그룹 회장인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및 장애인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한 달 가까이 평창에 눈길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절묘하게 평창과 '땅콩 회항'이 충돌했다.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는 지난해 12월 8일(한국시각)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제127회 임시총회를 열고 올림픽 개혁안 '어젠다 2020' 중 하나인 '단일 도시에서 개최하던 올림픽을 여러 도시에서 분산 개최하는 개혁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공교롭게 조 위원장의 큰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은 같은 달 5일 벌어졌다.

평창조직위는 대혼란이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의 일부 종목 교류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다. 평창은 가뜩이나 '경기장 건설 지연', '개·폐회식 장소 변경', '환경 훼손',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분산 개최는 또 다른 뇌관이었다.

조 위원장은 12일 교통정리를 위해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땅콩 회항'의 후폭풍은 대한민국을 더 크게 흔들었다.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됐다.

조 위원장은 급기야 하루 전날 기자간담회를 연기했다. 조직위원회는 연기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긴급한 현안으로 인해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긴급한 현안은 다음날 밝혀졌다. 대국민 사과였다. 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공항동 본사 로비에서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아버지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날 평창 분산 개최 입장은 자료로 대체했다. 'IOC가 제정한 '아젠다 2020'은 현재와 미래의 올림픽 운동에 매우 유효하게 작용될 것으로 보여 개혁의지를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평창의 경우 이미 모든 경기장의 공사가 시작된 지금 시점에서 이번 개혁안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분산 개최에 대한 조 위원장의 반대 입장이었다. 그리고 'IOC가 분산 개최 후보도시 등 구체적인 제안을 해오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현재로선 유치당시 원안대로 평창과 강릉, 정선에서 모든 경기가 치러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평창 분산개최는 다시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반면 조 부사장이 구속된 '땅콩 회항'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한항공은 최대 위기다. 조 위원장이 조직위 수장과 그룹 회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조 위원장이 평창조직위원장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낮다. 그는 2009∼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한국이 '삼수' 끝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일조했다. 평창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다. 조 위원장은 지난달 조직위원장직 거취를 묻는 질문에 "공적인 자리인 만큼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올림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땅콩 회항'사건을 마무리지은 후 평창 동계올림픽에 다시 눈을 돌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조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김진선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조직위원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2년이다. 이제 6개월이 흘렀다. 평창조직위원장 자리는 계속 지킬 것으로 보인다. 징후도 없다. 평창조직위 한 관계자는 "조 위원장님이 내일(6일) 조직위원회에 출근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위원장님의 사임 분위기는 내부에선 전혀 없다"고 귀띔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