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오만전 D-5]①손흥민과 '쌍용'의 변곡점, 슈틸리케호 100점 만점에 81점

by

'월드 클래스' 손흥민(레버쿠젠)은 여전했다. 그러나 '쌍용'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이청용(볼턴)의 빈자리는 지울 수 없었다.

슈틸리케호가 4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시드니 퍼텍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처음이자 마지막 리허설이 막을 내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사우디전을 앞두고 "여러 가지를 실험해 볼 것이다. 결과를 바탕으로 오만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포지션 곳곳에서 희비가 엇갈렸고, 실험은 끝났다. 이제 결전만 남았다. 개최국 호주를 비롯해 오만, 쿠웨이트와 함께 A조에 속한 대한민국은 10일 오후 2시 캔버라에서 오만과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이청용(볼턴)은 이틀 전,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이날 합류했다. 둘다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벤치에서 대기했다. 사우디전은 베스트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주소의 냉정한 점검은 필요하다. 돌발 상황은 상존한다.

스포츠조선은 ▶원톱과 2선 공격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수비라인 ▶골키퍼 4개 부문으로 나눠 포지션별로 점검했다. 항목별 25점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 81점을 기록했다.

가장 큰 그림자는 전반과 후반의 차이였다. 극과 극의 경기력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4-2-3-1 시스템을 가동했다. 손흥민의 원톱 보직 변경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전반 원톱에는 이근호(엘 자이시)가 포진한 가운데 좌우 측면에는 손흥민(레버쿠젠)과 조영철(카타르SC)이 위치했다. 섀도 스트라이커에는 구자철(마인츠)이 섰다. 더블 볼란치에는 박주호(마인츠)와 한국영(카타르SC)이 호흡을 맞췄다.

좌우 윙백에는 김진수(호펜하임)와 김창수(가시와레이솔)가 출격한 가운데 중앙 수비에는 장현수(광저우 푸리)와 김주영(서울)이 포진했다. 골문은 슈틸리케호에서 황태자로 우뚝 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다.

기성용과 이청용을 제외하고 21명의 태극전사들은 지난달 27일 출국했다. 호흡을 맞춘 지 일주일이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섬세함이 떨어졌다. 조직력은 기대 이하였다. 공격 라인에선 손흥민 뿐이었다. 3개의 유효 슈팅은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 조영철은 겉돌았고, 이근호와 구자철의 움직임도 무거웠다. 역습의 날카로움도 없었다. 완급 조절의 묘는 존재하지 않았다. 중원의 한국영과 박주호, 수비수들도 어긋나는 장면을 종종 연출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적극성도 떨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또 다른 칼을 꺼내 들었다. 이근호 구자철 김진수 김진현을 교체했다. 조영철이 원톱으로 이동한 가운데 섀도 스트라이커에는 남태희(레퀴야)가 부름을 받았다. 오른쪽 날개에는 한교원(전북)이 투입됐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울산)가 꼈다. 박주호는 왼쪽 윙백으로 자리를 바꿨고, 더블 볼란치에는 이명주(알아인)가 가세했다.

남태희가 투입되면서 공격에 숨통이 트였다. 손흥민과 두 축을 형성했다. 손흥민은 후반 22분 세트피스에서 오사마 하우사위의 자책골을 유도하며 포문을 열었다. 또 다른 수확도 있었다. 조영철이 후반 28분까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 자리를 A매치 경험이 전무한 1m86의 이정협(상주)이 채웠다. 타깃형 스트라이커 조커의 첫 가동이었다. 박주영(알 샤밥)대신 아시안컵에 승선한 이정협의 A매치 데뷔전이었다. 환희를 선물했다. 후반 인저리 타임이었다. 3명의 수비수를 따돌린 남태희의 크로스가 김창수에게 연결됐다. 김창수는 슛대신 어시스트를 선택했고, 이정협의 발끝에 걸렸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이 골망에 꽂혔다. 데뷔전에서 골을 터트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아쉬움은 있었다. 이청용(볼턴)이 가세하면 2선 공격라인은 큰 허점이 없다. 다만 이근호와 조영철이 부진, 원톱은 '숙제'로 남았다.

기성용의 파트너는 박주호 한국영 이명주가 시험대에 올랐다. 박주호는 왼쪽 윙백이 더 어울렸다. 한국영이 한 발 앞섰지만 2% 부족했다. 이명주는 수비형이 다소 어색했다. 파트너 물색도 현안이었다.

포백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갈 길은 멀었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유한 차두리(서울)가 가벼운 부상으로 결장했다. 연쇄 침체로 이어졌다. 후반 막판에 공격 가담이 살아났지만, 전반 양쪽 윙백의 오버래핑은 낙제점이었다. 차두리의 복귀가 절실했다. 중앙수비는 김주영과 장현수가 처음으로 발을 맞췄다. 확실한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 곽태휘(알 힐랄) 김영권(광저우 헝다)과의 주전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골키퍼는 풍성했다. 김진현이 전반, 김승규가 후반 선방쇼를 펼쳤다. 누가 주전으로 뛰어도 문제가 없는 포지션이다. 역대 가장 든든한 후방을 구축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 경기에서 100%를 보여준다면 1월 31일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월 31일은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다. 100점을 채워야 순항할 수 있다. 조별리그 1차전까지 닷새 남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