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한화 이글스는 분명 지난해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여러가지 환경이 바뀌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바로 '김성근 감독'의 부임이다. 노련한 승부사이자 뛰어난 전력가인 김 감독이 팀을 맡게되면 여러가지 면에서 확실한 전력 상승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결국 '김성근식 야구'가 한화에 얼마나 빨리 그리고 깊이 접목되느냐에 따라 한화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운드에서 전천후 역할을 해줘야 하는 '키맨'이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 지금까지 김성근 감독이 추구했던 '지지않는 야구'의 핵심 포인트. 때로는 선발로, 또 어느 때는 필승불펜으로, 가끔은 마무리로도 뛸 수 있는 그런 투수. 마치 2000년대 후반 김 감독이 SK를 전성기로 이끌었을 때의 '송은범'과 같은 역할을 하는 투수가 필요하다. 결국 '제2의 송은범'이 나타나야 한다.
이런 유형의 투수가 특히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올시즌 프로야구의 일정 변화 때문이다. 10개구단 체제로 가동되며, 올해는 팀당 144경기를 치른다. 경기수의 증가는 곧 선수들의 체력 부담 상승 요인으로 이어진다. 특히나 마운드의 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스태미너 좋은 선수가 요구된다.
그렇다면 현재 한화에서 이런 '마운드 키맨'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후보들은 누가 있을까. 우선적으로 송은범 본인을 뽑을 수 있다. 이미 SK에서 많이 해본 역할이기 때문이다. 송은범은 2009년에 주로 선발로 나서며 12승3패, 평균자책점 3.13을 찍었다.
그런데 2010년에는 본격적으로 '전천후 투수'로 변신했다. 44경기에 등판했는데, 선발이 18회였고 나머지는 중간계투 혹은 마무리로 뛰었다. 초반에는 고정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다가 6월 이후부터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더니 시즌 후반에 들어서는 거의 마무리로만 나왔다. 결국 송은범은 2010년 8승5패 8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했다. 이때의 송은범은 못하는 게 없었다. 결국 SK는 그해 삼성을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이런 경험을 지닌 송은범이 김 감독과 재회했다면 일단 가장 유력한 '마운드 키맨' 후보가 될 가능성이 짙다. 물론 2010년에 비해 달라진 점은 많다. 부상 이력도 있고, 나이도 많아져 체력이 받쳐줄 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송은범의 경험과 노련함은 그 누구에도 밀리지 않는다.
경험의 차원이라면 삼성에서 FA로 영입한 배영수도 송은범에 밀리지 않는다. 불펜이나 마무리 경험이 있다. 하지만 배영수는 송은범에 비해 나이도 더 많고, 수술 경력도 많다는 점이 걸린다. 일단 '마운드 키맨' 역할을 하려면 몸이 받쳐줘야 한다. 불규칙한 등판 일정에도 흔들리지 않는게 기본이다. 그러나 배영수는 이런 일정이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후보군에서는 제외될 듯 하다.
또 다른 유력 후보는 바로 군복귀 선수 양 훈이다. 힘과 구위에서 오히려 송은범보다 나을 수 있다. 양 훈 역시 2009~2010년 필승조와 마무리를 했던 경험이 있고, 2011년 이후에는 고정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2년간 경찰야구단에서 뛴 덕분에 어깨를 무리하게 쓰지 않았다. 이런 이유를 종합해보면 양 훈이 어쩌면 가장 유력한 '마운드의 키맨'이자 '김성근의 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2015 한화 마운드의 키는 누가 쥐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