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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 유재학 울린 '예비 만수' 유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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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종종 "유도훈(전자랜드) 감독과 맞붙으면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생각지도 못한 전술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라고 한다. 프로농구판 최고 지략가를 깜짝 놀래킬 정도니 유 감독의 지략도 이미 농구판에서 뛰어나기로 알려져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점도 많은 두 사람이다. 성씨도 유로 같고, 두 사람 모두 현역 시절 단신의 가드였다.

그랬던 두 사람. 2015년 첫 맞대결에서 '예비 만수'가 '만수'를 넘어섰다. 전자랜드가 2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72대68로 승리하며 새해 출발을 상큼하게 했다. 단순히 이겨서가 아니다. 3쿼터 초반 유재학 감독이 유도훈 감독에게 허를 찔렸다.

양팀의 경기는 전반 33-30 전자랜드의 리드로 박빙의 경기였다. 3쿼터 초반 주도권 싸움이 중요했다. 그런데 3쿼터 시작하자마자 점수차가 전자랜드 리드로 12점까지 벌어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모비스는 3쿼터 시작 후 이날 경기 쓰지 않았던 2-3 지역방어를 들고나왔다. 최근 모비스는 2-3 지역방어로 재미를 많이 보고 있던 상황. 키가 큰 라틀리프를 밑선 중심에 세우고 밑선 양쪽 날개에 빠른 포워드들을 배치해 골밑과 45도 외곽 찬스까지 모두 막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모비스의 지역방어를 전자랜드가 4번 연속 격파하며 점수차가 벌어졌다. 전자랜드 선수들은 마치 이 수비를 기다렸다는 듯이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했다. 밑선의 왼쪽 날개 선수가 슈터 체크를 위해 외곽으로 나갔을 때, 로우포스트에 있는 토종 빅맨 이정제에게 공을 투입했다. 이정제를 막기 위해 수비 균형이 무너지는 사이, 하이포스트에 있던 포웰이 골밑쪽으로 커트인을 했다. 이정제가 공을 건네주고 가볍게 레이업 득점이 이어졌다. 모비스는 이 똑같은 패턴으로 연속 2번 실점을 허용했다. 정말 간단한 패스 플레이로 수비를 무너뜨렸다. 그 다음 수비에서 모비스 선수들은 로우포스트에 있는 이정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고, 왼쪽 45도에 있던 정영삼이 공을 잡았을 때 확실히 수비 체크를 하지 못하자 정영삼에게 3점포를 허용하고 말았다.

유재학 감독은 곧바로 작전타임을 불러 수비를 점검했지만, 전자랜드는 또다시 포웰의 골밑 공격으로 자유투 2개를 얻었다. 정말 순식간의 일. 당황한 모비스가 공격에서 실책을 연발하며 점수차가 42-30으로 벌어졌다.

이 여파가 컸다. 계속해서 10여점 정도의 점수차가 이어졌다. 모비스가 4쿼터 시작 후 함지훈의 득점으로 49-55까지 따라갔지만, 전자랜드는 더 이상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점수차를 유지했다. 고비 때마다 작전타임과 선수교체를 활용해 득점에 성공하며 상대 분위기를 끊었다. 따라갈 만 하면 도망가고의 흐름이 반복되니 모비스 선수들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또, 상대 센터 라틀리프가 최근 컨디션이 좋은 점을 감안해 레더 카드를 밀어붙였던 것도 주효했다. 레더는 전반에만 3개의 파울을 저지르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덩달아 리카르도도 전반 파울 3개를 범한 점은 행운이었다. 라틀리프는 이날 경기 10득점 3리바운드로 최근 활약에 비해 부진했다. 그렇게 유도훈 감독은 값진 승리를 만들어냈다.

3쿼터 지역방어 격파 뿐 아니다. 전자랜드는 이날 전 선수가 모비스 선수들의 괴롭힌다고 해야할 정도의 악착같은 수비를 선보였다. 선두 모비스답지 않게 상대에 많은 스틸을 허용하고, 실책을 남발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5연승 행진이 마감됐다.

울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