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이효리 사태'에 이어 국내 최대 리콜…티볼리의 쌍용차 연일 대형 악재

by

내년 1월 야심작인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 출시를 앞둔 쌍용자동차가 연말연시에 잇달아 대형 악재와 맞닥뜨리고 있다.

최근 쌍용차는 신차 티볼리에 대한 가수 이효리의 '광고설'로 한바탕 큰 홍역을 치렀다. 특히 이효리가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언급하면서, 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해고자의 복직 문제가 다시 불거져 쌍용차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

그런데 며칠 안 돼 쌍용차는 국내 리콜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4개 차종 11만여대가 리콜됐다. 이 결함은 운전 중 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것이어서 충격은 더 크다. 부품의 문제가 아닌 차량의 구조적 문제라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신차 티볼리에 승부를 걸고 있는 쌍용차는 이런 결함이 티볼리 판매에까지 악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티볼리는 2011년 2월 코란도C 출시 이후 4년 만에 쌍용차가 선보이는 신차로 가격은 1630만~2370만원이다.

▶해고자 복직 문제 다시 불거지게 한 이효리

이효리는 지난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쌍용자동차에서 내년에 출시되는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서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회사가 안정되고, 해고됐던 분들도 다시 복직되면 정말 좋겠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를 입고 춤이라도 주고 싶다. 써주기만 한다면 무료 광고촬영이라도 좋다"고 밝혔다.

티볼리 TV CF 제작은 이미 끝났기에 이효리의 이런 제안은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가 다시 이슈화됐다. 해고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은 지난 13일부터 해고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쌍용차 평택공장의 70m 높이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효리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밥을 먹고 하늘을 보고 SNS를 봤다. 눈을 의심했다. 이효리씨였다"라는 감격의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쌍용차는 지난 2004년부터 실적이 악화돼 급기야는 2009년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창근 실장 등 153명은 이 때 해고된 뒤 쌍용차를 상대로 해고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1월 13일 대법원은 해고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쌍용차는 해고자 복직 문제와 관련해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절대 타협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하기 위해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효리 사태'가 벌어진 후 조건부 대화에 나설 뜻을 보이고 있다. '이효리 사태'가 쌍용차에게 상당한 부담이 됐던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효리가 티볼리를 언급한 것이 쌍용차로서는 노이즈 마케팅이 돼 득(得)이 될 수도 있지만 해고자 문제로까지 연결돼 있어 실(失)이 훨씬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렉스턴 등 4개 차종 11만여대 제작결함으로 리콜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지난 26일 렉스턴 등 쌍용차 4개 차종이 바퀴가 빠지거나 잠기는 제작결함으로 시정조치(리콜)된다고 밝혔다. 리콜 대상은 2005년 6월 1일∼2010년 11월 17일 제작된 렉스턴(1만9815대), 카이런(3만7313대), 액티언(2만8724대), 액티언 스포츠(2만7068대) 등 11만2920대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리콜은 볼조인트(자동차 바퀴가 주행 상황에 따라 상하 및 회전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차체에 연결된 부품)가 빠지거나 파손되는 결함으로 바퀴가 비틀리거나 잠길 수 있는 가능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번 리콜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사실 이번 결함은 올 초부터 문제점이 제기되다가 지난 4월 한 방송사의 보도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5월엔 타 방송사가 똑같은 결함에 대해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렉스턴 차량의 바퀴 빠짐 현상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쌍용차는 운전을 험하게 하다가 외부 충격이 있었거나, 자동차 점검을 제 때 하지 못해 발생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운전 습관과 차량 정비 점검 소홀이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비업계에서는 차량의 구조적 결함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우선 하부구조의 설계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차량 무게를 볼조인트가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중이 아래에 쏠리면서 계속된 운행으로 피로도가 겹쳐 볼조인트가 빠지거나 파손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볼조인트와 로워암 구조가 초창기 렉스턴은 일체형이었는데, 렉스턴2 차량에는 분리형이 적용됐다는 점도 주목했다. 렉스턴2는 이번 리콜에 포함된 모델이다. 아울러 카이런과 액티언 등도 렉스턴2와 비슷한 하부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하부 디자인 설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최근 모델인 신형 렉스턴W에는 다시 일체형 구조가 장착됐다. 이를 두고 정비 전문가들은 하부 디자인이 과거 방식으로 다시 돌아간 것은 쌍용차가 내부적으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에 국토부는 서둘러 정밀 조사에 착수했고, 8개월만인 12월 시정조치 지시를 내렸다.

결함 보도 이후 쌍용차의 대처 또한 석연찮다. 국토부의 조사가 시작되자 쌍용차는 지난 4월 렉스턴2, 액티언, 카이런 등 단종 SUV 차량에 대한 로워암 볼 조인트 무상 점검 및 수리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당시 쌍용차는 서비스 강화 차원이라며 일부 장기노후 된 차량에서 볼조인트 부분의 노화 및 주행 환경 조건, 특성(험로주행, 과속 방지턱 및 도로 포트홀 충격 손상 등)에 따라 유격이 증가할 수도 있는 만큼 차량 유지 관리차원에서 사전점검 및 필요시 교환이 필요한 부품이라고 전했다. 바퀴가 비틀리거나 잠길 수 있다는 구체적 사례는 빠져 있다.

또한 부품에 문제가 없지만 서비스 차원이라는 뉘앙스이지만 아무 결함이 없는 부품을 무상으로 수리까지 해줄까라는 의문에 터져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던 쌍용차가 국토부의 눈치를 보고 돌연 무상점검을 실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신형 렉스턴W가 판매중인데다 야심작인 신차 '티볼리' 출시를 앞두고 있어 자칫 이미지 훼손이 우려되기 때문일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해당 차량에 대해 자체 테스트를 거쳤지만 문제가 없었다"며 구조적 결함설을 일축했다. 이어 "무상 점검 및 수리를 실시해 12월 중순 현재 60% 가까이 부품 교체를 마쳤다"고 밝혔다. 해당 결함 관련사고 건수와 사고 발생시 보상에 관한 질문에는 "전체적인 사고 건수 파악은 사실상 어렵다"며 "사고가 발생했다면 보상은 내부적으로 논의 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어 "신차 출시를 앞두고 리콜 이슈가 발생해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