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으로 남은 자리는 두 개 뿐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는 4명. 2대1의 치열한 전쟁이 한화 마운드를 달구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2015시즌 선발 로테이션은 어떻게 될까. 대략 그림은 그려진다. 일단 두 명의 외국인 선수, 유먼과 탈보트는 무조건 선발이다. 다른 용도는 생각할 수가 없다. 이들이 사실상 한화의 원투 펀치가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은 바로 배영수다. 삼성에서 FA로 이적한 배영수 역시 선발 이외의 다른 역할을 맡을 수가 없다. 해본 적도 없거니와 적지 않은 나이와 수술 이력 때문에 등판 일정이 명확하게 고정된 선발이 가장 적합하다.
이렇게 되면 한화는 1~3선발을 이미 확정지은 셈이다. 남은 건 4, 5선발을 과연 누가 맡아주느냐다. 후보자는 많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고민이 깊어질 정도가 됐다. 때문에 김성근 감독은 획일적인 5선발 체제가 아니더라도 한시적 6선발 혹은 5선발+스윙맨의 운용법까지도 고려중이다. 물론 이런 구상은 선발 후보들이 스프링캠프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을 때에만 해당한다.
현재 한화의 선발 후보들은 총 4명이다. FA로 이적한 베테랑 송은범을 필두로 군 제대선수 양 훈, 그리고 올해 좋은 모습을 보였던 이태양과 '7억팔' 유창식이다. 이 네 명의 투수 중 유창식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오른손 정통파 스타일이다. 유창식만 좌완 오버핸드 스로형 투수다.
이런 면을 감안하면 일단 유창식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김 감독의 특성상 선발진의 스타일을 다양하게 구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2명 정도는 왼손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유먼만 왼손투수다. 유창식이 로테이션에 포함된다면 한화는 2명의 왼손 정통파 선발을 갖출 수 있다. 상대 팀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경험으로 치면 송은범이나 양 훈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송은범은 이미 SK 시절 김 감독과 호흡까지 맞춰본 적이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이 한층 더 쉽게 활용할 여지가 있다. 반면 양 훈은 군 제대 후 바로 복귀한 입장이라 패기는 그 어떤 선수보다 뜨겁다. 군 복무 이전의 좋은 구위만 캠프에서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김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후보는 바로 이태양이다. 하지만 이태양은 앞선 세 명의 후보에 비해 한층 더 유리한 면이 있다. 이미 올해 한화 선발로테이션을 꿰차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것. 분명 아직 완성된 단계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가장 '완성'을 향해 가까이 날아간 건 맞다. 그래서 김 감독 역시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때부터 이태양을 유심히 살펴보며 그의 어깨에 한화의 미래가 달렸다는 평가를 한 것이다.
송은범과 양 훈, 유창식, 이태양은 모두 특색이 넘치고 자질이 뛰어난 투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선발로 쓰긴 어렵다. 팀 사정상 그렇다. 어느 누군가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 역할을 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필승조로 나설 수도 있다. SK 시절 김 감독의 투수 운용법은 매우 독특하고 유용했다. 자질이 있는 선수를 그냥 내버려두진 않는다. 과연 이 네 명 중에 누가 선발의 임무를 맡게되고, 또 누가 필승조로 나설까. 한화의 2015 스프링캠프가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