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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강정호 공백 메울 키워드 '홈런'과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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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능해 보이는 강정호의 공백, 하지만 유격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를 채울 수 있다.

최근 각광받는 세이버 매트릭스 중, '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도(WAR)'라는 지표가 있다. 말 그대로 해당 선수가 대체 선수에 비해 얼마나 많은 승리를 안길 수 있느냐를 수치화한 것이다. 리그에서 같은 포지션을 맡고 있는 다른 선수들의 평균치보다 얼마나 많은 활약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2014시즌 WAR 1위는 넥센 히어로즈의 강정호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중인 그는 최고액 응찰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입단 계약만 맺으면, 한국을 떠난다. 당장 넥센은 강정호가 보여준 WAR만큼의 승수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공식 기록실인 KBReport.com에 따르면, 강정호는 WAR 9.42를 기록해 투타를 통틀어 최고의 기여도를 보였다. 강정호가 다른 유격수들과 비교해 공격과 수비에서 팀에 9승을 더 안긴 셈이다.

넥센은 이 WAR 수치에서 강팀이다. 타자 2위와 3위는 서건창과 박병호로 각각 7.51, 7.03을 기록했다. 투수 부문에서는 에이스인 밴헤켄이 6.97로 1위를 차지했다. 결국 올시즌 넥센의 상승세를 이끈 이들이 30승 가량을 책임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중에서도 으뜸이었던 강정호가 팀을 떠나기 일보 직전이다. 벌써부터 유격수 자리를 누가 물려받을지에 대한 말이 많지만, 사실 강정호의 자리는 '대체 불가능'과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유격수가 리그 평균치를 해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올시즌 128경기서 78승2무48패를 기록한 넥센은 강정호의 이탈로 당장 9승의 가치를 잃게 됐다. 올해 기준으로 9승이 빠지면 69승으로 3위로 내려앉게 된다. 10개 구단 체제인 내년 시즌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상황에 따라 포스트시즌 진출 커트라인에 미치지 못할 위험성도 있다.

9승을 채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다만 강정호 같은 새로운 유격수를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윤석민 김하성 임병욱 김지수 등 대체자원으로 검토되는 선수들이 당장 강정호의 몫을 해낼 수는 없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다른 선수들이 9승의 값어치를 나눠 갖는 것이다. 유격수 포지션에서 수비 공백을 최소화하고, 다른 포지션에서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면 된다. 또한 넥센의 아킬레스건인 선발진의 개선도 있다.

일단 공격력 극대화 측면에선 한 가지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새로운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다. 올시즌 LG 트윈스에 대체 선수로 영입돼 정규시즌에서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으나, 포스트시즌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잠실과 달리, 홈런이 많이 나오는 목동구장에서 스나이더의 가치가 급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스나이더가 강정호의 40홈런 만큼은 아니더라도, 20홈런을 때려줄 수 있다면 절반 이상의 성공이 될 것이다. 나머지 20홈런은 다른 선수들이 나눠 맡으면 된다.

지난해에 비해 성장세가 주춤했던 3루수 김민성의 반등, 그리고 보다 많은 기회를 갖게 될 윤석민의 잠재력. 각각 12홈런, 10홈런을 때린 이들의 홈런 개수가 증가한다면, 공격력에 있어 강정호의 공백은 최소화시킬 수 있다. 여기에 올시즌 21개, 20개의 홈런을 때려낸 이택근과 유한준도 있다.

보다 중요한 건 선발진이 될 것이다. 당장 10승을 올린 소사가 팀을 떠났다. 20승을 올린 밴헤켄 외에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린 선발투수가 없다. 문성현(9승) 오재영(5승)의 분발이 절실하다. 여기에 내년 시즌 선발 전환이 예정된 한현희가 어떤 역할을 해줄 지가 중요하다. 이외에도 금민철, 김대우, 하영민 등 선발 자원들의 성장이 필요하다.

강정호의 공백은 십시일반 나눠 맡아야 한다. 그 키워드는 다른 타자들의 홈런 등 장타력과 선발투수의 승리가 될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