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리더가 되려면 농구만 잘해선 안돼!"
명실상부 현개 국내 최고의 리딩가드는 모비스 양동근이라 할 수 있다. 팀을 2연속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끈데 이어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농구가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넓은 시야와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 날카로운 패싱과 안정된 드리블. 그리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슈팅 능력까지. 양동근은 현재 가장 완벽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양동근이 영원히 최고의 실력을 보여줄 수는 없다. 세월의 무게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기 때문. 지금 당장은 최고라고 해도 나이가 들수록 체력과 기량은 떨어지게 돼 있다. 따라서 그 시기가 오기 전에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게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숙제다. 유 감독은 그 실마리를 이대성에게서 바라보고 있다.
유 감독은 27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SK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이대성의 가능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했다. 그는 "신장이나 패싱, 드리블, 슛 등 여러 측면에서 이대성의 자질은 매우 뛰어나다. 비록 현재까지는 특출나게 두드러지는 장점은 없지만, 자질이나 승부근성, 농구에 대한 열정을 보면 '포스트 양동근'이 되기에 충분하다. 궁극적으로는 이대성이 리딩 가드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팀 리더는 양동근이지만, 그 뒤를 이을 차세대 리더로 이대성을 점찍은 것이다. 유 감독은 이대성이 꾸준히 성정한다면 충분히 양동근만큼의 혹은 그 이상의 대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유 감독은 이대성을 '포스트 양동근'으로 키우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단 현재는 경기를 침착하고 넓게 보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조련 중이다. 너무 강한 의욕과 잘하고자 하는 욕심을 세심하게 절제시키고, 큰 그릇으로 만들고 있다. 유 감독은 "너무 의욕이 앞서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일이 아직 많다. 그래서 일부러 침착할 것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것 말고도 유 감독이 이대성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게 있다. 바로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다. 유 감독은 "코트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대성에게 팀 동료는 물론이고, 숙소에서 음식을 만들어주시는 아주머니들이나 구단 버스 기사님, 프런트 직원들에게 인사 잘하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라고 했다"면서 "진짜 팀을 이끄는 리더가 되려면 그런 관계들을 잘 만들어야 한다. 농구만 잘해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양동근이 뛰어난 리더가 될 수 있던 건 바로 이런 관계를 잘 만들기 때문이다. 그걸 보고 배우라고 했다"고 밝혔다.
대단히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다. 리더는 사람들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기술만 뛰어나다고 해서 그런 역할을 할 수는 없다. 평소에 신뢰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때 진짜 리더가 될 수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동료를 승리로 이끄는 건 이런 진짜 리더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유 감독은 이대성을 '진짜 리더'로 키워내는 중이다.
울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