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입단 협상에 나선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강정호.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는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최고의 활약을 펼치다가 그곳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히어로즈 경기장에서 특별한 세리머니를 할 수도 있겠지만, 강정호가 국내에 복귀해 다른 팀 유니폼을 입지 않고 영원한 '히어로즈맨'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은 말이다.
히어로즈 팬과 구단 관계자들에게 히어로즈의 전신 현대 유니콘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최고의 타자로 성장한 강정호는 다른 선수보다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다.
한화 이글스 팬이라면 누구나 먼 훗날 LA 다저스 류현진이 이글스로 돌아오길 바랄 것이다. KIA 타이거즈팬들 또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윤석민을 마음에 그리고 있지 않을까.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카프 팬들이 마침내 구로다 히로키를 가슴에 품었다. 히로시마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다가 33세 늦은 나이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구로다가 40세가 되어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올해 뉴욕 양키스에서 받은 연봉이 1600만달러. FA(자유계약선수)가 되자 뉴욕 양키스를 비롯해 이전 소속팀 LA 다저스가 손을 내밀었는데, 구로다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구로다는 오래 전 "카프를 상대로 던지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본에 돌아가게 되면 히로시마가 될 것이라고 했던 그는 약속을 지켰다.
2008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구로다는 2012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해 올해까지 7년 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올시즌 11승9패(평균자책점 3.71)를 기록했는데,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이다. 그는 전성기가 지난 퇴물투수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어느 팀에 가더라도 선발투수로 활약이 가능한 선수다. 벌써부터 구로다와 마에다 겐타, '원투 펀치'를 앞세운 히로시마를 센트럴리그 우승 후보로 꼽는 이들도 있다.
만년 하위권팀 히로시마는 1991년에 마지막으로 리그 우승을 했다. 1979년과 1980년, 1984년에 재팬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등 한때 리그 최고의 팀으로 군림했으나 프랜차이즈가 작고, 재정적인 기반이 약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침체돼 있었다. 올해는 리그 3위로 클라이맥스시리즈에 진출해 한신 타이거즈에 눌려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탈락했다.
사실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선수의 친정팀 복귀가 흔한 일은 아니다.
세이부 라이온즈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최근 세이부 대신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계약했고, 세이부의 간판 타자로 뛰었던 나카지마 히로유키는 오릭스 버팔로스를 선택했다. 지바 롯데 마린스 출신 니시오카 스요시는 메이저리그 실패 후 한신 유니폼을 입었다. 소프트뱅크의 주전 포수 조지마 겐지도 시애틀 매리너스를 거쳐 한신 타이거즈로 갔다. 이구치 다다히토도 소프트뱅크가 아닌 지바 롯데에서 뛰고 있다. 세이부 출신인 마쓰이 가즈오도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주축선수로 활약중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적할 때 구단과 관계가 불편해졌거나, 새로운 야구환경에서 뛰고 싶어 다른 팀을 선택하게 된다.
반면, 이시이 가즈히사는 야쿠르트 스왈로즈, 사사키 가즈히로는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에 복귀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