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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수술 류제국, 주 6일 훈련하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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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의 에이스 류제국(31). 그에게 올 한해를 정리해달라고 했더니 바로 '구사일생(九死一生·아홉번 죽을 뻔하다 한 번 살아난다는 뜻으로,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뜻)'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결국 성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23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 파크에서 만난 류제국은 "팀도 그렇고 나도 초반에 안 좋다가 어렵게 살아났다. 사실 시즌 초반이나 그 후에나 공은 비슷했다. 어쨌든 나중에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고 했다.

5월 23일 SK 와이번스전에서 시즌 첫승을 거두기 전까지 류제국은 8경기에서 2패만 기록했다. 팀도 꼴찌로 추락했다가 양상문 감독 부임 후 상승세를 타더니,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에서 졌는데도, 5위 SK가 넥센 히어로즈에 패하면서 극적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그러고보니 류제국이 트윈스에 합류한 후 LG가 2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다. 지난해 5월 중순 1군에 올라와 12승을 거둔데 이어, 올해도 9승을 기록하며 마운드에 힘을 불어넣었다.

지난달 4일 오른쪽 무릎 연골수술을 받은 류제국은 요즘 LG 챔피언스 파크에서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그의 복귀 시점은 양상문 감독이나 LG 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류제국을 만나 재활훈련 이야기, 우여곡절 많았던 올해 야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 6일 훈련' 이유있다

참 지루한 게 재활훈련이다.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 실시하다보면 짜증이 날 때도 있고, 집중이 안 될 때도 있다.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재미를 찾기도 어렵다. 그런데 류제국은 지루한 재활훈련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노력하는 듯 했다.

오후 훈련 중에 만난 류제국은 "연말에 서울에 있었다면 행사가 많아 훈련에 열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에서 생활하다보니 마음도 편하고 훈련만 생각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주 6일 훈련-1일 휴식'의 빡빡한 스케줄이다. 함께 훈련중인 후배 우규민(29)이 있어 덜 외롭다고 한다. 수요일에는 오전 훈련 후 오후 외박이 가능한데. 이천 시내에 나가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정도다. 외진 곳에 위치해 따로 할 게 있는 것도 아니다. 류제국은 "인터넷 연결이 조금 원활하게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휴일은 일요일 딱 하루다. 토요일 오후 훈련을 마치고 출발해 서울 집에서 하루 묵고 일요일 저녁에 복귀한다.

아직 본격적인 하체 근력 훈련은 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달 쯤 앉아서 던지기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사우나 시설이 있어 수중훈련이 가능한데, 무리가 가지 않고 착실하게 다리 근육을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다. 한시간 정도 물을 걷고 나면 1.5kg이 빠진다고 한다. 그가 챔피언스 파크를 찾은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다. "오전 훈련, 오후 훈련, 야간 훈련을 마치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된다. 규민이는 바로 골아 떨어진다"고 했다.

얼마전에 구단에 해외 훈련을 요청해놨다고 했다. 실외훈련이 가능해지는 다음달 쯤 따뜻한 곳에서 마음껏 운동을 하고 싶어서다.

▶자부심을 가져라

지난 여름 개장한 챔피언스 파크는 국내 최고 시설을 갖추고 있다. 돔형태의 실내훈련장, 정규규격을 갖춘 야외구장, 내야훈련장, 보조구장뿐만 아니라 재활훈련 중인 선수들에게도 최상의 환경이다. 류제국은 "우리팀 젊은 선수들이 LG에서 야구를 한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이런 좋은 시설을 갖춘 팀에서 운동을 한다는 걸 뿌듯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비활동기간인 12월 챔피언스 파크에는 신인 선수와 재활훈련 중인 선수들이 머물고 있다. 같은 공간에 머물다보니 베테랑 류제국도 어린 선수들과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는 루키들을 보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우리 선수들은 고교 때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시키는대로 운동을 한다. 이러다보니 스스로 뭘 해야할 지 모를 때가 많다. 후배들에게 무엇이든 궁금하면 물어보라고 한다. 바보같은 질문을 해도 선배나 코치님이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고, 편하게 하라고 해도 잘 안 되는 모양이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바로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 10년 간 미국야구를 경험해봤기에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야구를 바라볼 수 있는 것 같다.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 류제국이다.

현재 재활훈련 속도를 보면 4월 말이나 5월 쯤 1군 합류가 가능할 것 같다. 류제국은 "한동안 쉬다가 지난 2년 간 많이 던졌다. 이 기회에 푹 쉰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류제국의 2014년 연말에는 야구만 있는 것 같다.

이천=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