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이제 며칠 안 남았다. 국내야구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연말, 잠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과연 올해는 무슨 일들이 야구팬들을 울고 웃겼을까. 월별 키워드로 12개월을 정리했다.
▶1월=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제 폐지
KBO는 그동안 누구도 믿지 않았던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인 30만달러(약 3억3000만원) 규정을 없애버렸다. 더이상 거짓말을 하지 말고 현실에 가까운 금액을 밝히자는 것이었다. 그러자 올해 100만달러(약 11억원)에 근접하는 계약이 쏟아졌다.
▶2월=윤석민
윤석민은 꿈을 찾아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3년 계약했다. 국내 구단과의 대박 계약을 마다하고 미국행을 선택했다. 첫 시즌, 마이너리그에서만 던졌다. 메이저리그 입성에 실패. 윤석민은 내년 다시 도전을 선언했다.
▶3월=임창용
임창용이 7년 만에 친정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시카고 컵스를 돌아 왔다.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은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컵스는 그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려고 하지 않았다. 임창용은 올해 31세이브로 구원 부문 2위를 차지했다. 평균자책점은 아쉽게도 5.84.
▶4월=김기태
4월 23일이었다. 시즌 시작 후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김기태 LG 감독이 스스로 물러났다. 110경기가 남은 상황이었다. LG 구단이 만류했지만 '사나이' 김 감독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지난 10월말, KIA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5월=롯데 집단행동
롯데 선수단은 특정 코치와 직원을 현장에서 물러나게 해달라며 구단 사장과 미팅을 했다.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원정 경기 보이콧이라는 위험한 거래를 했다. 당시 선수들은 구단에서 CCTV로 자신들을 감시한다는 걸 알았고, 그걸 문제삼았다.
▶6월=타고투저
하루가 멀다하고 두자릿수 점수가 쏟아졌다. 타고투저 트렌드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투수들의 평균자책점과 타자들의 타율이 동반 상승했다. '핸드볼 스코어'가 속출하면서 경기의 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7월=심판합의제(일명 비디오 판독)
전반기, KBO는 유독 잦은 오심 논란으로 머리가 아팠다. 급기야 광주에선 한 팬이 판정에 불만을 갖고 경기장에 난입, 심판과 몸싸움까지 했다. KBO는 서둘러 한국형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후반기부터 도입했다. 중계 화면을 이용한 4심 심판합의제도였다. 결과적으로 팬들의 불만은 줄었다.
▶8월=한국, 리틀월드시리즈 우승
8월 26일, 한국 야구의 미래들이 미국에서 벌어진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 미국을 8대4로 제압하고 29년만에 우승했다. 11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완벽한 우승이었다. 우승 주역들은 이후 미국 CNN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9월=아시안게임
류중일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안방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살떨리는 우승을 했다. 9월 28일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6대3으로 승리했다. 끌려가다 8회 대역전극, 2회 연속이자 총 4번째 우승이었다.
▶10월=LG 4강 기적과 서건창 최초 200안타
LG 트윈스는 페넌트레이스 마지막날(17일) 롯데에 졌지만 '추격자' SK가 넥센에 지면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꼴찌에서 4위까지 올라서는 감동의 시즌이었다. 신고선수 출신 넥센 서건창은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한 시즌 200안타 고지를 넘었다. 201안타. 게다가 타격왕(0.370), 득점왕(135점)까지 3개의 타이틀을 차지했다. 물론 시즌 MVP에도 뽑혔다.
▶11월=CCTV와 삼성
롯데 구단 내홍은 포스트시즌의 열기를 넘어설 정도였다. 구단 구성원들간의 갈등이 결국 사장의 CCTV 감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겉잡을 없는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사장 단장 그리고 운영부장까지 물러난 후에야 성난 '팬심'을 잡을 수 있었다. 그 바람에 삼성 라이온즈가 사상 최초로 넥센을 꺾고 통합 우승 4연패를 달성하고도 파급력에서 밀리는 이상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12월=강정호
강정호가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강정호의 포스팅에 가장 많은 500만달러(500만2015달러)를 베팅했다. 강정호와 피츠버그 구단은 한달 간의 독점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에 성공하면, 강정호는 국내프로야구를 거친 첫 번째 메이저리그 야수로 기록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