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주희정은 900게임 출전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동안 10게임 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대단하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기록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그의 900게임 출전이 더욱 위대한 이유다.
18시즌째를 뛰고 있는 그는 네 차례 수술을 했다. 하지만 후유증은 거의 없었다. 목 수술로 2003~2004 시즌 막판 4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KT&G(현 KGC) 시절에도 부상으로 2게임을 결장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두 경기를 출전하지 않았다. 그의 기록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당연히 이유가 있다.
주희정은 900게임이 달성된 뒤 "1000게임 출전이 목표"라고 했다. 현재 한국나이로 38세다. 불혹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가 명확한 목표를 말하는 이유가 있다. 약해지는 자신을 다잡기 위한 자기 최면이다.
그는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너무 아픈데 코트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집중을 하면 견딜 만한 아픔이었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많은 고민을 한다. 그는 숙소에서 사우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들어가면 1시간 이상씩 머문다. 단순히 사우나가 좋아서가 아니다. 그는 "사우나를 하면서 많은 고민을 한다. 전날 경기를 복기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그리고 팀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 보면 1시간은 훌쩍 지나간다"고 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에 대한 부분은 TG삼보(현 동부) 시절 자신을 지극히 챙겨줬던 대선배 허 재 감독에게 영향을 받았다.
그는 프로 데뷔 당시 슈팅능력에 많은 약점이 있었다. 리딩능력은 준수했지만, 전체적인 게임조율은 부족했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많은 고민 끝에 더욱 농익어갔다. 결국 주희정은 KT&G 시절 6강에 탈락했던 팀에서 나온 최초의 MVP가 됐다. 그의 전성기 시절을 보면 활동량 자체가 많다. 공수에서 제 역할을 하면서도 부상으로 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철저한 몸관리의 증거다.
주희정은 "비시즌 때 400m 달리기를 하면 30대 초반에는 55~56초 정도가 나왔다. 지금 뛰면 1분 정도에 끊는다. 아직까지 최하위는 아니다"라고 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김선형이 SK에 들어오면서 식스맨의 역할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주희정은 "주전과 식스맨은 좀 다르다"고 했다.
주전의 경우, 경기가 끝난 뒤 휴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식스맨은 아무래도 운동량이 떨어진다. 주희정은 "지금도 경기가 끝나면 모자란 땀을 빼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을 한다"고 했다. 매일 쉬지 않는다. 결국 그는 식스맨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 남은 목표는 우승이다. 주희정은 "SK가 정규리그, 챔프전 통합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생각"이라고 했다. SK는 2012~2013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모비스에게 패했다. 지난 시즌에는 4강에서 떨어졌다.
주희정은 자신의 포지션을 잘 알고 있다. SK 입장에서는 플레이오프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모비스에 1승을 거뒀던 게임. 주희정은 맹활약했다. 큰 경기에서 베테랑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명확한 목표를 제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한다.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여전히 양보할 생각이 없다. 900경기 출전의 금자탑을 세운 주희정이 위대한 이유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