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막을 내린 제3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 영화인들의 축제를 위해 무대 뒤에서는 숨 가쁜 하루가 지나갔다. 주최측만 알 수 있는 시상식 비하인드 스토리. 식은땀 나는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영화인들의 배려와 의리가 빛났던 명장면도 있었다.
임시완은 종영을 앞둔 tvN 드라마 '미생' 막바지 촬영을 하다가 급하게 시상식장으로 달려왔다. 임시완이 후보로 오른 신인남우상이 1부의 첫 번째 시상이라 절대로 늦으면 안 되는 상황. 다행히 시상식 시작 직전에 무사히 도착해 '변호인' 팀과 함께 자리에 앉았지만, 아쉽게도 레드카펫을 밟지는 못했다. 임시완은 1부 중간에 '미생'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오차장' 이성민과 함께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임시완이 시상식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하고 다시 '미생' 촬영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임시완이 1부 마지막 시상인 청정원 인기스타상 수상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주최측 입장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임시완을 붙잡아 놔야 했다. 난처해하는 임시완 측과 한참 실랑이가 벌어졌고, 주최측은 임시완의 수상 사실을 숨긴 채 우격다짐으로 임시완을 시상식장으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무사히 인기스타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임시완은 그를 기다리고 있는 '미생' 촬영장으로 돌아갔다. '미생' 제작진은 임시완의 시상식 참석을 위해 스케줄을 조율해줬고, 임시완과 같이 등장하는 장면만을 남겨놓고 있던 변요한도 임시완을 배려하는 우정을 보였다. 다시 '장그래'로 돌아간 임시완은 18일 오전까지 밤을 꼬박 새워 촬영을 끝냈다.
박보영은 올해도 어김없이 시상식을 찾았다. 2009년 제30회 시상식에서 '과속스캔들'로 신인여우상을 받은 이후 해매다 시상자로 참여하며 청룡영화상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전날 늦게까지 영화 촬영을 한 데다 몸살 기운이 있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시상 파트너 여진구에게 밝은 웃음을 건네며 훈훈하게 시상을 마쳤다.
후보로 올랐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동료를 위해 대리수상을 한 영화인들의 의리도 돋보였다. 영화 작업 때문에 체코에 머물고 있는 음악상 수상자 '군도'의 조영욱 감독을 대신해 '군도'의 프로듀서이기도 했던 사나이픽쳐스의 한재덕 대표가 시상식에 참석했다. 한재덕 대표는 수상 여부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지방촬영장에서 급히 올라와, 무대 위에서 동료의 수상소감을 대신 전하며 시상식을 빛냈다. '군도'로 촬영조명상 후보에 오른 최찬민-유영종 감독을 대신해서 '군도'의 강현 프로듀서도 시상식을 찾아와 두 개의 트로피를 받았다. 강현 프로듀서는 수상할 경우를 대비해 두 감독에게 미리 수상소감도 받아왔다. '군도' 팀의 의리는 역시 '으리으리'했다.
같은 드레스를 입고 와 화제가 됐던 조여정과 천우희. 처음에는 양측 모두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했으나, 조여정이 후배를 배려해 드레스 위에 재킷을 걸치는 센스를 발휘했다. 조여정은 여우주연상에 호명된 후배 천우희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진심어린 축하를 건넸다.
수상의 영광을 안은 주인공들은 오랜만에 시상식장에 만난 동료 배우, 스태프들과 회포를 풀었다.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서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변호인' 팀은 미리 시상식날을 송년회로 잡았다. 시상식이 끝난 후 강남 모처에 마련된 뒷풀이 자리에서 제작사 대표, 송강호, 김영애 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남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을 받은 '끝까지 간다' 팀도 술잔을 기울이며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여우주연상을 받고 눈물을 펑펑 흘린 천우희는 소속사 식구들과 함께 고기 파티를 했다. 최근에 KBS2 '1박 2일'에 김주혁의 지인으로 출연해 유명해진 소속사 대표가 누구보다 기뻐하며 크게 한턱을 냈다는 후문. 천우희는 시상식 다음날인 18일 영화 '뷰티 인사이드' 촬영을 이어갔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