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정말 사소한 플레이 하나가 경기 흐름과 결과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선두 모비스와 2위 SK의 숙명의 맞대결. 경기 결과에 따라 1, 2위가 바뀔 수 있었던 경기. SK 헤인즈의 실수 하나가 경기를 이렇게 흔들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나 중요한 경기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양팀 선수들 모두 경기 초반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모비스와 SK 선수들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슛 성공률이 떨어졌고, 어이없는 실책이 나왔다.
먼저 앞서나간 쪽은 SK. 1쿼터 중반부터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통해 손쉽게 득점을 올렸다. 반면, 모비스는 공격 해법을 전혀 내놓지 못하며 끌려갔다.
2쿼터에는 SK의 상승세가 더 무서워졌다. 모비스의 2-3 지역방어를 우습다는 듯 깼다. 하이포스트에서 SK 선수가 공을 잡으면 모비스의 밑선 세 선수가 이 선수에만 달라붙었다. 로우포스트는 텅 비어있었다. 패스 한방으로 손쉬운 득점. 이 장면이 마치 연습을 하는 듯 이어졌다. 여기에 기대치 않았던 박승리의 3점포까지 터졌다. 2쿼터 종료 3분여를 남기고 이 3점포로 점수차가 38-19까지 벌어졌다. 모비스가 아무리 강한팀이라지만 SK도 강한 팀. 여기서 분위기가 더 넘어가면 모비스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사소한 플레이 하나가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종료 2분33초 전. 모비스 라틀리프가 자유투 1구를 성공시켜 23-38이 된 상황. 라틀리프의 2구째 자유투가 안들어갔다. 모비스 선수들은 박스아웃을 확실히 한 헤인즈 때문에 리바운드를 포기했다. 그런데 헤인즈가 의욕적으로 공을 잡으려다 그만 공을 흘리고 말았다. 엔드라인 아웃. 어이없는 실책으로 모비스에 공격권이 주어졌다.
숨통이 끊어질 뻔한 상황에서 얻은 희망빛이 모비스의 심장을 뛰게 한 것일까. 거짓말처럼 경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렇게 잡은 찬스에서 양동근이 추격의 3점포를 터뜨렸다. 그러자 SK 선수들이 당황했다. 이전까지 완벽한 패스 플레이를 펼치던 SK는 김민수의 패스 실책으로 또다시 상대에 기회를 내줬다. 몸이 풀린 라틀리프가 골밑에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모비스가 따라오자 SK는 당황했다. 라틀리프가 연속 6득점하며 경기는 박빙의 승부가 돼버렸다. SK 김선형이 3점 장포를 터뜨리며 모비스의 불을 끄려했지만, 그 위에 양동근이 있었다. 2쿼터 종료 직전 더 극적인 3점을 터뜨렸다. 그렇게 42-35 SK의 리드로 2쿼터가 끝났다. 점수차는 있었지만, 한 때 19점을 뒤지던 모비스로서는 오히려 더욱 해볼 만한 경기가 됐다고 느꼈을 것이다.
모비스도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3쿼터 종료 3분37초를 남기고 라틀리프의 득점으로 57-54 첫 역전에 성공했다. 초반 말을 안듣던 2-3 지역방어 조직력이 정비되며 SK 공격을 잘 막아냈다. 큰 점수 차이에서 지고 있던 팀이 극적인 역전을 하면 보통 그 분위기가 이어지기 마련. 59-54까지 달아난 장면에서 모비스는 점수차를 더 벌려야 했다. 하지만 신인 배수용으로부터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골밑에서 주지 않아도 되는 파울을 범하며 상대에 바스켓카운트를 허용했다. 의욕 넘치는 큰 동작을 상대 공격수가 잘 이용했다. 이 플레이에 모비스 수비 조직력이 갑자기 와해됐다. SK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3쿼터 63-61 재역전에 성공했다. 전준범은 89-86 경기 종료 직전 헤인즈의 골밑슛을 그냥 줘도 되는데, 파울을 하며 동점 기회를 제공하는 바보같은 플레이를 했다. 모비스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4쿼터 막판 '막가파 슈터' 송창용의 미친 활약에 드라마로 만들어도 될 만한 대역전승을 거뒀다는 점이다.
만약, 38-23 상황서 헤인즈가 정상적으로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좋은 분위기 속에 공격을 이어오던 SK의 득점이 추가됐다면 어땠을까. 모비스의 극적인 대역전승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또 재밌는 것은, 헤인즈는 경기 마지막 극적인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자유투를 놓치며 땅을 쳐야 했다는 것이다.
잠실학생=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