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정치학 박사가 한반도를 무대로 한 가상소설을 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푸른 영토에서 출간한 '돈의 생태계' 3부작이 화제의 신간이다.
저자 윤성학은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정치학과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우경제연구소, 러시아의 국제관계와 세계경제연구소(IMEMO), 대외경제정책연구소(KIEP) 등에서 근무하면서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과 에너지 분야에 관한 많은 논문과 책을 출간했다.
'돈의 생태계'는 저자의 이런 전문 식견과 내공이 페이지마다 살아 꿈틀댄다. '정치학 박사가 웬 소설?'이라는 뜨악한(?)기분으로 첫 장을 넘기지만,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속으로 빠져든다. 김정은 장성택 최룡해 등 실존 인물들이 등장해 마치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는 사건인 듯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주인공은 운동권 출신 경제학자 김종근. 똑똑하고 좋은 학벌을 갖고 있지만 불의와 쉽게 타협하지 못하는 김종근은 대학 교수가 되지 못하고 증권사에 입사한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쓰라린 실패와 빚 때문에 증권사를 나와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주가조작에 나선다. 그러다 조폭인 권회장의 음모에 걸려 위기에 처하지만 주가조작을 통해 반전에 성공한다. 이에 분노한 권회장이 자신을 죽이려 하자 그의 집에 쳐들어갔다 우발적인 사건으로 권회장 살인 혐의를 뒤집어 쓴다.
주가조작에다 살입 혐의를 뒤집어 쓴 김종근은 마카오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 과거 인연이 있는 북한 간첩의 권유로 경제개혁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북한으로 간다. 김종근은 장성택의 노동당 행정부에 들어가 북한 경제개혁의 청사진과 전략을 기획한다. 김정은이 초대한 파티에서 술 때문에 실수를 한 김종근은 '돈 버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다시 한번 주가조작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오설희라는 기쁨조 여자와 사귀게 된다. 김종근의 재능을 높이 산 김정은은 자신의 바자금 관리를 맡기고 김종근은 상해에서 펀드를 만들어 큰 돈을 벌어 들인다.
이 소설은 남이나 북이나 돈이라는 피할 수 없는 원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부 '정글 한국'에서는 한국 사회가 먹고 먹히는 정글의 생태계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II, III부 북한에서는 '시장'과 '강호'라는 두 개의 사회 원리를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강호의 원리다.
북한은 겉으로는 수령 체계를 이루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급격하게 시장이 진행되면서 시장의 냉혹함을 보전하기 위한 '강호'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강호의 원리는 의리, 의형제, 인정이다. 이 소설은 정말 통일이 대박이 되고 한반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시장' 뿐만 아니라 '강호'라는 관점에서 북한에 접근해야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