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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라이벌’ LG-두산, 서로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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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시장이 저물고 있습니다. 올 FA 최대 화제는 장원준이 투수 역대 최고액인 4년 총액 84억으로 이적한 것입니다. 장원준을 놓고 경쟁한 구단은 잠실구장을 함께 사용하는 LG와 두산이었는데 승자는 과감하게 베팅한 두산이었습니다.

잠실 라이벌 LG와 두산은 서로를 닮아가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LG는 지난 8월 경기도 이천에 챔피언스 파크를 개장했습니다. 당초 LG의 2군 구장은 경기도 구리에 위치했지만 서울과 가까워 유망주들이 야구에 전념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천에는 두산 '화수분 야구'의 산실 베어스 파크가 있습니다. LG가 두산의 최대 장점인 육성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때 LG는 육성과는 거리가 먼 구단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유망주들이 차근차근 1군 전력으로 합류하고 있습니다. 김용의, 문선재, 최승준, 채은성 등은 LG가 길러낸 유망주들입니다. 작년부터 외부 FA를 영입하지 않은 것은 물론 내부 준척급 FA 이대형, 박경수와 계약하지 않은 것도 육성을 중시하려는 LG의 방향성과 연관 지을 수 있습니다. 두산이 전통적으로 외부 FA 영입에 나서지 않고 내부 FA 계약에 소극적인 대신 육성에 초점을 맞췄던 행보를 떠올리게 합니다.

반대로 두산은 LG를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두산은 정규 시즌 순위에서 2년 연속으로 LG에 뒤졌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LG보다 순위 윗자리에 있었던 것과는 상황이 달라진 것입니다. 특히 올 시즌은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두산이 LG보다 순위가 앞섰지만 결과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LG였습니다. 두산이 LG와의 머니 게임에서 승리해 장원준을 잡은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장원준은 두산의 약점인 선발진을 보완할 전망입니다. 그는 롯데 시절 좌타자가 많은 LG와의 경기에서 유독 강했기에 잠실 라이벌전에서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자신들과 인연을 맺은 적 없었던 외부 FA를 구단 사상 최초로 영입한 두산의 광폭 행보는 2000년대 후반까지 외부 FA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LG의 행보를 연상시킵니다. LG는 외부 FA 영입으로 재미를 보지 못한 팀으로 알려져 왔지만 2009년 영입한 이진영과 정성훈은 성공 사례로 손꼽힙니다. 장원준이 두산의 외부 FA 영입 성공 사례를 창출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두산은 프런트의 권한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1년 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둔 김진욱 감독이 물러난 것과 지난 10월 송일수 감독이 한 시즌 만에 경질된 것은 모두 프런트의 강력한 힘의 결과물이었습니다. LG 또한 프런트의 입김이 강력해 '감독의 무덤'으로 불렸던 시절이 있습니다.

최근 LG는 두산을, 두산은 LG를 떠올리게 합니다. 마치 팀의 방향성을 트레이드를 통해 맞바꾸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양 팀이 내년 시즌 맞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야기할지, 팀 성적은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