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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동혁, 물 만난 고기처럼 유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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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물 만난 고기 같다. 연기력 '포텐'이 터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연기에 대한 목마름을 단숨에 해갈하려는 듯 그의 대사와 몸짓마다 에너지가 충만하다. 마침내 '인생작'을 만났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조동혁은 승부사다. 그가 연기 인생을 걸고 던진 '결정적 한 수', 바로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이다. 냉혈한 살인청부업자 정태수 캐릭터로 분한 그는 반듯하고 고급스러운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깨뜨렸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는 듯, 그는 거칠고 상처 입은 야수 정태수 그 자체로 존재했다.

"누가 보더라도 살인청부업자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체중계 눈금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을 때까지, 거의 뼈와 장기의 무게만 남을 때까지, 극한의 다이어트로 살을 뺐고, 머리도 삭발에 가깝게 잘랐죠. 피부도 태닝하고요. 누구보다 정태수 캐릭터를 잘 해낼 자신이 있었어요. 살인청부업자 캐릭터의 정점을 찍겠다는 각오로 독하게 준비했습니다."

미친개라 불리는 형사(김상중),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박해진), 조직폭력배(마동석), 살인청부업자(조동혁)가 사회악을 처단하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액션 드라마. 법과 정의가 아닌, 악(惡)으로 악을 제거한다는 발상이 자못 흥미롭다. 전성기 홍콩영화의 감성액션을 세련된 영상미로 다시 보는 듯한 쾌감도 있다. '나쁜 녀석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의외로 10대들이 열광하더라고요. 트위터로 메시지를 엄청 받았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제가 10대였더라도 이 드라마를 좋아했을 거 같아요. 그 나이엔 싸움 잘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으니까. 저도 어린 시절 생각이 나더라고요. 싸움꾼은 아니었지만, 어디서 맞고 다니진 않았죠.(웃음)"

정태수 캐릭터는 애초부터 조동혁을 위해 준비돼 있었다. 한정훈 작가는 기획 단계에서 조동혁을 그리며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2010년 방영된 OCN 드라마 '야차'에서 인연을 맺은 절친한 촬영감독이 '나쁜 녀석들'에 합류하면서 조동혁을 불렀다. "너에게 딱 어울리는 작품이 있어." 이 한 마디에 조동혁은 대본도 안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나중에 작가와 얘기를 나눴던 주요 배역 캐스팅이 그대로 실현되는 걸 보면서 전율했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투지가 불타 올랐다.

"2회 액션 장면을 찍다가 손목 뼈에 금이 갔지만 붕대를 감고 촬영을 강행했어요. 액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직접 해야겠더라고요. 그만큼 모든 장면이 소중하니까…. 부상 때문에 맨 주먹을 쓸 수 없어서 망치로 대신했는데, 훨씬 더 소름끼치는 장면이 탄생했어요. 마음 잘 맞는 촬영감독님을 만난 덕분인 것 같아요. 액션을 찍을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쳐요."

'나쁜 녀석들'은 반 사전제작으로 진행돼 드라마 방영 초반에 촬영이 다 끝났다. 1, 2부를 순차적으로 찍었고, 3부에서 11부까지는 현장 상황에 따라 회차를 오가며 촬영을 진행했다. 감정 연결이 쉽지는 않았지만 캐릭터에 몰입하는 데는 훨씬 수월했다. 굳이 감정을 잡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스며들었다.

"정태수의 옷을 입고 메이크업을 받으면 그냥 정태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방송을 보면서 후회되는 장면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제가 어떻게 연기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서 촬영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한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돼버린 느낌이랄까요.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고, 그만큼 뿌듯하기도 했어요."

드라마와 캐릭터를 얘기하는 조동혁의 표정에선 만족감이 엿보였다. 조금 들뜬 것 같기도 했다. 새로운 기대감과 설렘 때문일 것이다. 캐릭터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제게도 다양한 면이 있는데 그동안 갇혀 있는 역할을 많이 연기했어요. 캐릭터의 직업만 다를 뿐, 늘 하던 연기만 반복했죠. 솔직히 재미도 없고 힘들었어요. 차라리 다시 연극무대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까지 했죠. 그때 '감격시대' 제안을 받았어요. 늘 주인공만 연기했는데, 이 작품에선 주인공은 아니지만 남자다운 매력이 있는 캐릭터라 끌렸어요. '나쁜 녀석들'을 만나게 해준 다리가 된 작품이죠. 단역이든 조연이든 상관없어요. 캐릭터만 좋다면. 앞으로도 모험을 계속하고 싶어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