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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생애 첫 개인상 수상, '아버지'란 단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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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K-리그 개인상 수상이었다.

뭉클한 소감이었다. "한국에서 차범근의 아들로 태어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 이게 그 자리가 돼서 감사하다. 뜻깊은 자리다." 차두리(34·서울)에게는 늘 '차범근 아들'이란 이름표가 따라다녔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등 그가 이룬 역사도 대단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은 넘지 못할 벽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특별했다. 그의 포지션에서 그는 최고였다. 지난해 K-리그에 둥지를 튼 차두리(34·서울)가 최고의 오른쪽 수비수로 인정받았다. 차두리는 1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베스트11 부분 오른쪽 수비수로 선정됐다. 유효표 총 112표 중 무려 80표를 득표, 최철순(전북·19표) 신광훈(포항·13표)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2002년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한 후 해외 무대를 노크했다. 독일, 스코틀랜드에서 뛰다 지난해 K-리그에 데뷔했다. 첫 해 정규리그에서 30경기(3도움)를 소화한 그는 올시즌 28경기(2도움)에서 뛰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FA컵에서도 쉼표는 없었다. 강행군이었다.

현재가 전성기다. 서른 넷,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지칠줄 모르는 체력은 여전히 '톱'이다. 기량은 무르익었다. 공수에 걸쳐 특별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노련미까지 더해져 경기를 읽는 눈도 탁월하다. 차두리는 내년 1월 호주아시안컵을 앞두고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도 반색하고 있다. 최종엔트리 첫 번째 주자로 차두리를 선정, 발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와 면담을 한 결과, 호주아시안컵까지 대표팀과 함께 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차두리는 경기장 안팎에서 힘을 줄 수 있는 선수다. 그의 경험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과도 환상 호흡이다. 둘은 2002년 한-일월드컵 방장과 방졸로 동고동락했다. 동료에서 사제지간이 됐다. 간극은 없었다. 최 감독도 종종 차두리에게 의지한다. 차두리는 최 감독의 지시에는 무조건 고개부터 끄덕인다. 최 감독은 "동료였다가 감독으로 두리를 2년째 본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인정하는 것은 한결같다는 점이다. 자기 성찰에 게으름이 없는 선수고, 결국 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네임 밸류를 봤을 때 영향력이 큰 선수다. 하지만 튀지 않는다. 팀속에 자신을 가두어 둔다. 파이팅도 최고다. 그만하라고 할 정도다. 팀에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차두리는 이날 최 감독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상을 받게 돼서 기쁘다. 최용수 감독님께 감사하고 팀 선수들에도 감사드린다"며 미소를 지었다.

차두리는 하루 전인 지난 30일 제주와의 원정경기에서 팀의 기적적인 ACL 진출을 이끌었다. 살인적인 일정으로 잔부상이 끊이지 않아 벤치에서 시작했다. 팀이 전반을 0-1로 뒤지자 곧바로 호출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팀의 2대1 역전승에 일조했다. 서울은 포항을 밀어내고 3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ACL 티켓을 거머쥐었다.

차두리는 이날 호주아시안컵 후 대표팀 은퇴 계획도 밝혔다."아시안컵은 내가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다. 아시안컵은 내게 또 다른 도전이다. 월드컵과는 다르게 우승이 목표인 만큼 후배들과 어우러지고 싶다. 월드컵에서 많은 분들을 실망시켰는데 이번에 한국 축구의 다른 얼굴을 보여주겠다."

차두리는 현역 은퇴에 대해서는 "대표팀과 소속팀은 다르다"며 아직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차두리의 질주는 계속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