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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연패 위기 KCC, 신인 김지후가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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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승, 저쪽은 연패입니다. 그렇다고 절대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항상 연패를 끊기 위해 간절히 뛰는 팀에서 미친 선수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전주 KCC 이지스의 경기가 열린 2일 인천삼산체육관. 경기 전 만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한 말이다. 전자랜드는 이날 경기 전까지 파죽의 6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9연패 후 6연승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특히, 바로 직전 경기에서 선두 울산 모비스 피버스를 격침시킨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었다. 반면, KCC는 9연패의 늪에 빠져있었다. 1번만 더 지면 구단 창단 후 역대 최다 연패 타이기록. 선수들이 더욱 큰 긴장감 속에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 감독은 걱정이, 좋지 않은 결과로 적중하고 말았다. KCC를 살린 선수는 이날 경기 모처럼 만에 부상에서 돌아온 '괴물센터' 하승진이 아니었다. 신인슈터 김지후가 벼랑 끝에 몰린 KCC를 살렸다. KCC는 김지후의 활약 속에 전자랜드에 88대77로 승리를 거두며 9연패에서 탈출했다.

18득점. 3점슛만 6개. 김지후의 기록이었다. 사실, 득점면에 있어서는 혼자 30점을 몰아치며 팀 공격을 이끈 외국인 에이스 윌커슨이 훨씬 나았다. 하지만 현재의 팀 구성상 윌커슨의 이런 활약이 놀라울 건 아니다. 윌커슨을 받쳐줄 세컨드 카드가 필요했다. 히든카드는 김지후였다. 3점슛 6방의 영양가가 너무 좋았다. 김지후는 팀이 14-18로 밀리던 2쿼터 시작부터 코트에 들어섰다. 연패 팀 입장에서, 승기를 상대에 한 번 내주면 따라잡기 어렵다. 2쿼터 상승세의 전자랜드가 조금만 더 KCC를 몰아쳤다면 경기는 일찌감치 결론이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2쿼터 등장한 김지후가 3점슛 2개를 터뜨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농구에서는 시원한 덩크슛, 그리고 통쾌한 장포 3점슛이 분위기를 바꾸는데 으뜸이다. 김지후가 외곽에서 터지자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출중한 윌커슨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며 편하게 공격을 하는 효과도 있었다.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3쿼터에도 3점슛 1개를 성공시키며 접전을 이끈 김지후는 4쿼터 결정적인 순간 2개의 3점포를 또 터뜨렸다. 54-53 1점의 리드 상황에서 4쿼터를 맞이한 KCC는 쿼터 시작하자마자 터진 김지후의 3점으로 경기 후반 기선을 제압했고, 62-58로 앞서던 경기 종료 7분 18초 전 김지후가 완벽히 승기를 가져오는 3점슛을 성공시켰다. 4개의 3점슛 성공으로 자신감을 찾은 김지후는 코트 좌중간 45도 각도에서 수비수가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있게 슛을 올라갔고, 깨끗한 슛터치 속에 허공을 가른 공은 림을 깨끗하게 통과했다. 이 3점슛이 터지자 KCC 벤치는 연패 탈출을 직감한 듯 환호했다. 이 3점포로 전자랜드는 사기를 잃었고, 점수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85-77이던 경기 종료 30여초 전 터뜨린 3점포는 연패 탈출 자축포였다.

유 감독 뿐 아니었다. KCC 허 재 감독도 공교롭게 경기 전 김지후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허 감독은 "수비에서 아직 많이 부족하다. 수비 시스템이 계속 변하다보니 정신을 못차린다. 슛도, 시즌 초반에는 상대가 막지 않아 몇 개 재미를 봤는데 이제 수비가 붙으니 제대로 찬스를 못만든다. 자신이 찬스를 만드는 스타일이 아닌, 받아먹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라고 했다. 이날 경기도 그랬다. 전자랜드 수비가 김지후의 외곽을 철저히 봉쇄하려 애썼다. 하지만 김지후는 이날 상대 수비를 뚫고 연신 터프샷을 성공시키며 KCC의 영웅이 됐다. 고려대 시절, 대학 최고의 슈터로서 키워온 자질을 이날 중요한 경기에서 폭발시켰다.

KCC는 모처럼 만에 승수를 추가하며 6승15패가 됐다. 최하위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승차를 1경기로 벌렸다. 반면, 전자랜드는 6연승 행진을 마감하며 9승11패가 돼 5할 승률을 맞추는데 실패했다. 4위 고양 오리온스와의 승차는 3.5경기로 벌어졌고, 6위 부산 KT 소닉붐과의 승차는 반경기로 줄었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