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팀에 가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는 무조건 차지할 수 있다던 배영수와 송은범. 이 두 FA 투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렇게도 투수가 없다고 울부짖던 구단들은 왜 이 두 사람에게 손길을 내밀지 않는 것일까.
이번 스토브리그, 6명의 FA 선수가 갈 길을 잃었다. 야심차게 시장에 나왔지만 자신들을 찾는 팀이 없어 한숨만 쉬고 있다. 배영수와 송은범 외에 투수 이재영, 포수 차일목, 외야수 이성열, 내야수 나주환이 비운의 주인공들이다.
그 중 배영수와 송은범의 미계약 소식이 눈길을 끈다. 현재 프로야구 각 구단들은 10승을 책임져줄 수 있는 선발 요원들이 없어 골머리다. 그런 팀들 입장에서는 에이스까지는 아니더라도, 3~5선발 중 한 자리를 충분히 메워줄 수 있는 두 사람에게 관심을 갖기 충분하다. 배영수는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의 색깔이 강하고, 상대를 압도하는 구위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류중일 감독은 배영수를 선발로 쓰지 않았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함이 강점으로 꼽힌다. 배영수가 등판하면 확실히 이긴다는 느낌은 못줘도, 그렇다고 확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도 안든다고 하면 딱 맞다. 송은범의 경우 지난 2년 간 통산 성적이 5승15패에 평균자책점이 7점대가 훌쩍 넘는다. 어깨 부상 후유증이 컸다. 하지만 전성기 시절 구위를 생각하면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카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난 2년동안 어깨가 잘 쉬었다고 한다면 유일한 위안거리다.
대어급은 아니지만, FA 미아까지 전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됐던 선수들이다. 이들이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이유는 뭘까. 결국, 돈 문제가 가장 클 수밖에 없다. 각 구단들은 정말 영입하고 싶은 확실한 카드라면, 보상선수 문제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달려든다. 하지만 '이 선수를 영입할 때 우리 보상선수는 누가 가고, 그게 아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이 순간부터는 대박 계약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몸값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네임밸류를 생각하면, 그리고 최근 거품이 낄 대로 낀 FA 시장에서 헐값에 계약한다는 생각을 갖기는 쉽지 않다. 당장 배영수는 동기인 윤성환이 원소속팀에서 엄청난 대접 속에 80억원에 계약을 맺은 것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배영수는 시즌 중에도 "윤성환과 내가 동기인데, 사람들은 내가 완전히 노장 베테랑인 줄로만 안다. 고교 졸업 후부터 계속해서 공을 던져 그런가보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윤성환의 80억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반 값 이하의 계약에는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당연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송은범도 한 때 국내 최고 우완투수라는 타이틀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듯 하다. 야구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송은범이 KIA 타이거즈와의 우선 협상 기간 동안 수십억원의 엄청난 액수를 요구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물론, 좋은 공을 가졌던 투수임은 확실하지만 지난 2년 간 보여준게 없으니 이 선수에게 무리하게 돈을 투자할 멍청한 팀은 없다. 투수의 어깨 부상 후유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
아무리 보상 선수가 아깝다지만 큰 금액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20인 보호선수 외 유망주가 많지 않은 팀들이라면 충분히 남은 이틀의 기간 동안 노려볼 만한 투수들이다. 실제, 몇몇 지방구단들이 두 사람에게 관심을 드러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제 4일부터는 원소속구단 포함, 전 구단에서 협상이 가능한데 이 시기로 넘어가면 이들의 몸값은 더 떨어지면 떨어졌지 오를리는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