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좌완 선발 투수 유희관(28)을 안성 베네스트 골프장에서 만났다. 그는 항상 엔돌핀이 도는 야구선수 중 한 명이다. 만나는 사람을 기분좋게 해주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장난끼어린 얼굴이 항상 웃고 있다. 또 말을 솔직담백하게 빨리 많이 쏟아낸다.
유희관은 "제가 골프친다고 하면 인터넷 댓글에서 욕을 많이 먹을 것 같다"며 일단 방어벽을 치고 시작했다. 그는 골프채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구력은 2년 정도. 유희관이 프로야구에서 선발 투수로 이름을 알기 시작한게 2년 됐다. 유희관은 군제대(상무) 이후 복귀, 2013시즌 첫 10승(7패), 그리고 올해 12승(9패)으로 2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이제 유희관은 두산 선발 로테이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돼 버렸다.
유희관에게 골프 머리를 올려준 선배는 바로 최근 선수 은퇴를 선언한 김선우다. 김선우는 야구선수 중 최고 수준급의 골프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 중 한명으로 알려져 있다.
유희관은 "골프를 아직 잘 모른다. 지금까지 비시즌에 6~7번 정도 라운딩을 해봤는데 재미가 있다"면서 "먹는데 시간을 줄이고 이렇게 뻥 뚫린 곳에서 좋은 공기 마시면서 골프를 치는 게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제33회 야구인골프대회(1일)를 위해 의상에 무척 신경을 썼다. 새로 장만을 했다. 자신의 귀여운 컨셉트에 맞춰 모자도 평범하지 않은 귀까지 덮을 수 있는 걸 쓰고 왔다. 상의는 붉은색 조끼 패딩에, 하의는 흰색 바지였다. 유희관은 포토제닉상이 있었다면 그걸 노렸을 것이라고 했다.
유희관의 골프 실력은 아직 입문 단계라고 했다. 일명 '백돌이'. 18홀 평균 타수가 100타를 넘기고 있다. 함께 온 두산 선발 투수 노경은이 "제가 유희관 보다는 조금 더 잘 친다"고 했다. 유희관은 "벙크에 빠질 경우 골프채로 치는 것 보다 손으로 던지면 홀에 더 바짝 붙일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최고 구속은 130㎞ 후반에 머물지만 제구력이 매우 뛰어난 투수다. 유희관은 야구인 골프대회를 앞두고 팀 선배 홍성흔과 스크린 골프장을 찾아 몸을 풀기도 했다.
유희관은 체중에 민간한 편이다. 식사량을 조금만 소홀히 해도 금방 몸무게가 분다. 김태형 신임 두산 감독은 그런 차원에서 유희관을 일본 마무리 캠프에 합류시켰다. 유희관은 "감독님이 한국에서 술먹는 거 보다 같이 가서 운동하자고 해서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현재 시즌 때보다 체중이 4㎏ 줄었다"고 말했다. 유희관은 마무리 캠프에서 던지는 것보다 달리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명 투수 출신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은 투수와 달리기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많이 달려서 하체를 단단하게 만들어 놓아야만 한 시즌을 흔들림없이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발 투수들이 일반적으로 선발 등판한 다음날 구슬땀을 흘리면서 운동장을 쉼없이 달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날 야구인 골프대회는 폭설로 인해 아쉽게 취소됐다. 그 바람에 유희관의 골프 실력을 확인할 수 없었다. 유희관은 뒷풀이 자리에서 행운권 추첨에 당첨됐다. 그는 "내가 기가 센 사람이다"며 골프장을 떠났다. 안성=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