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공항공사가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발표했다. 이는 취임한지 1년 된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포부가 담긴 목표다. 경찰 출신으로 비전문가란 이유 때문에 사장 취임부터 '낙하산 인사'란 구설수가 많았던 김석기 사장의 야심찬 사업이다. 그런데 김포공항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란 문제가 터지면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자연스레 이 문제는 김석기 사장의 리더십에 대한 시험대가 됐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 김해, 제주, 대구, 광주, 청주, 양양, 무안, 울산, 여수, 사천, 포항, 군산, 원주까지 14개의 지방공항을 통합 관리하는 공기업이다.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에 소음 피해 지역 주민들 집단 반발
김석기 사장은 취임 1주년인 지난 7일 "김포국제공항에 국제노선이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13년 전 인천국제공항이 생기면서 김포공항은 2000㎞ 이내 국제선만 취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김포공항은 6개 국제선만 허용된 상태다. 김석기 사장은 "김포공항 활주로와 터미널에 여유가 있다"며 국토교통부에 추가 국제노선을 요청한 상태다. 국토부는 제2차 항공정책기본계획에서 김포공항의 국제노선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에 김포공항 인근 지역 주민들이 즉각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새로운 중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 양천구청은 지난 20일 "한국공항공사가 추진 중인 김포공항 국제선 증편에 반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심광식 구의회 의장과 주민 등 50여명과 함께 '김포공항 국제선 증편 반대 민·관·정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양천구는 구의회, 주민들과 함께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를 막기 위해 전방위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국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행복추구권과 환경권, 건강권, 재산권 등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노선 확대와 관련된 모든 계획이 중단될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뿐만 아니라 경기 김포시의회도 '김포공항 국제선 증편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 21일 김포시의회는 유영근 의장을 비롯한 10명 의원들과 함께 결의문을 통해 "김포시는 1964년 강서구 일대의 땅이 서울에 편입된 이후로 항공기 소음 등 각종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국제선 증편을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유 의장은 "정부가 2001년도 인천공항 개항은 국제선과 국내선을 분리해 김포공항은 국내선 중심으로 운영한다고 했으나 동북아 중심의 단거리 항공교통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김포공항 국제노선을 슬그머니 부활시켰다"고 비난했다. 이날 채택한 결의문을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에 제출했다.
인근 주민과 지자체들의 반대는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의 주요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김포지역 항공기 소음과 관련한 대책 때문에 김포 주민들과 한국공항공사는 1년을 넘게 갈등을 겪다가 최근 중재가 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서 김포 항공기 소음 대책지역 주민지원 사업 변경과 관련해 496세대 780여명의 주민들과 한국공항공사의 갈등을 중재하는 해결책을 제시해 겨우 타결됐다.
이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측은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는 근거리 노선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라며 "소음이 적은 주간 시간대 운항 유도 및 저소음 항공기 도입 건의 등의 대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 대책으로 '소음지역 주민에게 냉방시설 전기료 지원 확대'와 '학교 냉방시설 전기료 지원기간 및 금액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가 제시한 대책들이 과연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누그러뜨릴만한 카드인지는 의문이다.
▶인천공항공사도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 노골적 반대
문제는 김포공항 인근 주민들의 반대만이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과의 관계도 문제점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9월 '인천공항 허브화 정책 강화필요'라는 보고서를 통해 "김포국제공항으로 항공수요를 분산하는 것은 일본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또한 인천국제공항 측은 김포공항의 국제선이 확대될 경우 인천공항의 환승객이 감소해 허브공항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김포공항의 국제선 확대를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인천공항을 70% 이상 이용하는 대형항공사들도 김포공항의 국제선 확대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공항 쪽에 정비 등 대부분의 기재들이 완비된 상태라 김포공항에 국제선이 늘 경우 새로운 시설을 만들기 위해 중복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을 저비용항공사 중심으로 국제선 확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저비용항공사 시장이 에어아시아, 피치항공, 세부퍼시픽 등 외국계 대형 저비용항공사들이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저비용항공사들과 대형항공사들에겐 역차별일 수 있다.
정부의 정책적 일관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가 인천공항을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계획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현재 인천공항은 2017년까지 4조386억원을 투입해 제2여객터미널과 비행기 계류장 등 3단계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인천공항에 수조원을 투입하면서 김포공항에 국제선을 확대하는 것 자체가 공항 정책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의미다.
여러 가지 정책적 해결 외에도 김석기 사장은 '낙하산 인사'와 '용산 참사 책임자'란 비판의 소리도 무시할 수가 없다. 용산참사 피해대책위는 지난달 국정감사가 진행된 인천공항청사에서 김석기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여섯 명이 사망한 용산참사 책임자인 전 서울경찰청장은 공항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낙하산으로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됐다"며 김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측은 "2시간 내 비행 운항의 지역들이 있는데 이런 가까운 노선 이용고객이 지난해 1050만명 정도 됐다. 2시간 이내 비행을 위해 2시간 먼저 인천공항을 가야하는 불편함을 겪는 고객들을 위한 게 국제선 확대의 목적이다. 결코 수익 때문에 노선 확대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인천공항과의 경쟁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석기 사장과 한국공항공사가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자, 이 과정이 김 사장의 리더십 평가의 자리가 될 것이다.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는 오는 28일 '제2차 항공정책기본계획 수립방안 연구'에 대한 공청회가 개최된 후 결정될 예정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