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도 당연히 볼배합을 고민해야 합니다."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역시나 '창의성'이다. 선수들에게 "어떻게 하면 야구를 더 잘 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생각하라"며 계속 생각할 것을 주문한다.
특히 대타자 출신인 김 감독은 팀의 타자들에게 특별한 노하우를 하나 전수하고 있다. 바로 타석에서의 준비자세다. 그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무작정 타석에 들어서면 100% 투수에게 질 수 밖에 없다. 볼배합은 배터리만 고민하는 게 아니다. 타자도 볼배합에 대한 생각을 반드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상대 투수가 앞서 어떤 종류의 공을 던지는 지를 세세히 체크했다가 자신의 타석에 응용해 상대의 볼배합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다. 김 감독은 "좋은 타자라면 높은 공은 눌러치고, 낮큰 코스의 공은 힘으로 버텨 끌어올려야 한다. 그 힘은 일단 하체에서 나오는데, 그걸 제대로 이용하려면 미리 준비를 갖춰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이건 김 감독만의 이론은 아니다. 다른 지도자들도 배터리의 볼배합에 대한 예측을 타자들에게 강조한다. 그리고 전력분석에서도 이를 응용한다. 경기전 선수단에게 배포되는 전력분석 리포트의 상대 타자 분석 항목에는 대부분 이런 코멘트가 등장한다. A라는 타자가 최근 계속 좋은 타격감을 보여줄 때의 경우다. 그러면 전력분석에서는 "A타자가 최근 타격 호조세를 보임. 승부는 볼 위주로 하는 것을 권장함"으로 표시된다.
상승세에 있는 타자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것이다. 김 감독은 "한창 잘나가는 타자, 이를테면 앞서 2개의 안타를 친 타자라면 다음 타석에서 투수가 낮은 변화구를 초구로 던질 때 헛스윙을 유도할 확률이 매우 크다. 타자의 자신감이 커진 상태라 공을 쉽게 치려고 하기 때문이다. 상대 배터리가 그런 점을 이용하는데, 좋은 타자는 그걸 또 역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오히려 인내심을 갖고 있으면 쉽게 출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의 섬세한 가르침을 김 감독은 마무리캠프에서 매일 반복한다. 훈련을 마친 뒤 선수단에게 그날의 잘 된 점과 잘못된 점을 반드시 되짚어주고, 또 다음 연습 때 현명하게 응용해 자발적으로 움직일 것을 주문한다. 한 달 가까이 진행된 캠프를 통해 KIA 선수들은 '생각하는 야구'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