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방출됐는데, FA가 된 기분이네요."
FA 시장만 과열되고 있는줄 알았는데,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준척급 선수가 시장에 나오니 여기에서도 조용한 경쟁이 일찌감치 시작됐다. LG 트윈스에서의 1년 생활을 마감한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38)에 대한 얘기다.
프로야구 9개 구단은 25일 오후 5시까지 보류 선수 명단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해야 한다. 선수단 정리를 위한 필수 코스. LG는 올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로부터 베테랑 김선우, 임재철을 영입해 1년간 함께 생활했다. 김선우는 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임재철은 현역 생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LG는 젊은 외야수들이 너무 많이 제대로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결국, 구단에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보류 선수 명단에서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구단도 임재철의 뜻을 존중해 OK 사인을 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임재철이 LG를 떠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러 구단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내년 시즌 1군에 합류하는 막내 kt 정도가 임재철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판단됐는데, 기존 구단들도 임재철에게 필요하다는 영입 요청을 해왔다. 나이는 조금 많지만, 후배 선수들과 비교해 체력적인 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외야 수비 능력은 아직도 평균 이상. 특히, 임재철은 올시즌 이동이 예상되는 베테랑 선수들 중 덕아웃 리더십 측면에서는 1등으로 평가받는다.
"나도 깜짝 놀랐다"라고 말한 임재철은 "사실상 방출과 다름없는데, 금세 FA가 된 기분이다. 1년간 잘 챙겨주시고, 내 상황을 이해해주신 LG에 감사드린다"라고 현재 심경을 표현했다. 임재철은 "내가 덕아웃에서 후배들과 함께 활기찬 모습을 보여준 것이 좋게 평가받은 것 같다. 덕아웃 리더십은 물론, 외야수로도 활약할 힘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팀을 가든, 후회없이 선수 생활의 마지막 열정을 불태워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과연, 임재철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그리고 그곳이 임재철 야구 인생의 마지막 팀이 될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