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우리은행의 이순우 구단주(우리은행장)는 주요 간부회의를 주재할 때 농구 영상을 즐겨 활용한다. 쉽고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순우 구단주가 전한 메시지 중 하나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43)이 경기 내내 서 있는 부분을 본받으라는 것이다. 이순우 구단주는 기자에게 그걸 이렇게 설명했다. "위성우 감독이 경기 동안 한 번도 앉아 있는 걸 본적이 없다. 우리가 최근 몇 년간 이기는 경기가 많았는데도 위 감독은 계속 서서 지켜본다. 앉을 법도 한데 계속 서 있다. 이렇게 대장이 앞장 서고 항상 긴장해 있어야 조직이 발전한다. 우리 은행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2013~2014시즌까지 두 시즌 연속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위성우 감독의 부임과 함께 우리은행은 국내 여자농구 최강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이번 2014~2015시즌 KB국민은행 정규시즌에서도 개막 7연승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3일 현재 2위 신한은행과의 승차는 1.5게임이다.
위성우 감독은 22일 삼성을 제압한 후 "감독 생활을 하는 동안 벤치에 안 앉는 게 목표다. 언제나 선수들과 함께 뛴다는 생각을 갖고 임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지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위 감독은 지도자로서 지금은 젊고 혈기 왕성하다.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지면 경기 내내 서 있기가 힘들 수 있다. 계속 서 있겠다는 목표를 지키지 못한다고 해서 선수단에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단지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게 선수들과의 긴장 관계에선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
최근 우리은행의 해결사 임영희가 기자회견에서 요즘 훈련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얘기를 했다. 위성우 감독의 훈련량은 여자농구판에서는 유명하다. 위 감독도 자신의 훈련 강도를 인정한다. 양이 아닌 질적인 측면에서 강도를 극한으로 몰아붙인다. 그 강훈련이 싫어서 팀을 떠난 선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위성우 감독이 이번 시즌 들어 훈련량을 확 줄여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 선수들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임영희는 "지금은 우리가 계속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약 지면 또 강한 훈련을 받아야 할 것이다. 선수들끼리 혹독한 훈련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경기에서 이기는 게 낫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임영희는 이런 얘기를 하면서 웃었다.
우리은행의 기둥 박혜진은 지난 시즌 이런 얘기를 했다. "정말 훈련의 강도가 세다. 그런데 그런 훈련을 하고 나면 팀이 계속 이긴다. 그러니 우리는 감독님의 말씀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 역시 뚜껑을 열어본 결과, 우리은행의 공수 전력이 6팀 중 가장 강했다고 평가한다. 우리은행은 우승후보 0순위다. 경기력 면에서 내외곽 공격 비중은 물론이고 토종과 외국인 선수간의 비중 등이 가장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촘촘한 수비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어떤 팀을 만나도 큰 흔들림이 없다.
이런 우리은행의 경기력 밑바탕에는 감독과 선수들의 '건전한' 긴장 관계가 깔려 있다. 감독은 선수들과 늘 함께 뛰겠다는 각오가 있고, 선수들은 감독을 무서워하는 동시에 지도력을 인정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소통'이라고 볼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