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위팀끼리의 맞대결은 싱겁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6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KGC-KT전은 시종일관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사실 이날 경기 전까지 KGC는 7위(4승9패), KT가 공동 8위(4승10패)로 하위권에 처져있었다. 하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다. 게다가 상위권 네 팀이 10승 이상을 올리며 치고 나갔지만, 나머지 6개 팀의 승차는 크지 않다. 하위권 팀간의 경기에서 살아남으면, 언제든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이 가능한 중위권에 자리잡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하위권간의 경기는 중요하다. KT와 KGC 모두 아직 희망이 있는 상태다. 또한 하위팀 간의 경기에서 패배는 '1패 이상'의 데미지가 있다는 말도 된다.
두 팀 모두 상황은 비슷했다. KGC는 7일과 9일 SK와 LG를 연파하며 시즌 첫 연승을 달렸다. 하지만 13일 오리온스전에서 29점차 대패를 당하며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 KT는 지난 12일 삼성전에서 승리하며 8연패에서 탈출했지만, 14일 전자랜드전에서 곧바로 22점차 완패를 당했다.
경기 전 KT 전창진 감독은 "지금 우리 선수 구성이면 언제든 완패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격차를 줄여보자 얘기를 하는데 줄여 나가도 승리하지 못하는 경기가 많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KT는 시즌 개막 직전 에이스 조성민이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선수 마커스 루이스는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이고 에반 브락으로 교체됐다. 이 없이 잇몸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시즌 초반 좋은 경기력을 보이나 싶었지만, 외곽슛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패턴이 간파당한 뒤, 기나긴 연패에 빠졌다.
이날 경기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오용준과 전태풍이 연거푸 3점슛을 성공시키며 리드를 잡았다. 2쿼터 들어 상대에게 외곽포를 맞고 추격을 허용했으나, 34-33으로 리드를 지킨 채 전반을 마쳤다.
하지만 3쿼터 들어 분위기를 탄 KGC에게 당했다. 상대의 장점인 장신 라인업에 밀려 리드를 뺏겼다. 리온 윌리엄스와 오세근의 높이를 감당해내기 힘들었다. 게다가 KGC는 높이에 스피드까지 겸비한 팀이다. 결국 50-56으로 리드를 뺏기고 말았다.
잠시 흐트러졌던 KT는 4쿼터에 완벽히 재정비를 하고 나왔다. 로드의 연속득점으로 추격에 나선 KT는 이재도의 스틸과 자유투 성공으로 58-58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오세근에 밀려 침묵하던 센터 김승원이 힘을 냈다. 외곽으로 나와 미들슛을 던지는 패턴을 연속해서 성공시켰다. 김승원의 미들슛 3개가 연달아 림을 가르며 순식간에 64-61로 분위기를 뒤집었다.
종료 3분 45초를 남기고 나온 오용준의 스틸과 전태풍의 득점, 3분여를 남기고 터진 김승원의 슛으로 KT는 승기를 굳혔다. 로드와 김승원이 윌리엄스와 오세근에 판정승을 거둔 셈이었다.
KT는 16일 KGC와의 원정경기에서 76대66으로 승리했다. 1라운드에 이어 KGC전 2연승이다. 로드는 골밑에서 중심을 잡으며 23득점 14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전태풍은 19득점 6어시스트로 힘을 보탰다. 김승원은 4쿼터에만 4개를 성공시키며 10득점했다.
안양=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