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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의 포스팅, 김광현보다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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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김광현은 생각보다 낮은 액수에도 '도전'을 선택했다. 후발주자 양현종의 포스팅 전망은 어떨까.

KIA 타이거즈의 왼손투수 양현종은 올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세 명의 선수 중 가장 출발이 늦었다. 시즌 때부터 해외 진출 얘기가 나왔고, 꾸준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았던 SK 와이번스의 김광현이나 넥센 히어로즈의 강정호와 달리 시즌 막판에야 해외진출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에이전트 선임 역시 아시안게임 이후 이뤄졌다. 빅리그 구단들이 스카우트는 물론, 중역들을 보내 일찍부터 김광현과 강정호를 관찰한 것과 달리, 양현종은 조금은 관심 밖에 있었다. 그래도 양현종의 포스팅 참가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즌 막판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컵스, 텍사스 레인저스를 비롯해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스카우트들도 양현종의 투구를 직접 관찰했다.

포스팅을 위한 환경은 좋지 않았다. 일단 빅리그 진출 의사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늦게 전해졌고, 양현종을 직접 볼 기회도 적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매우 매끄럽게 진행중이라고 볼 수 있다.

▶ML 구단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전

양현종의 미국 현지 에이전트사는 댄 로자노가 설립한 MVP 베이스볼 에이전시(MVP 스포츠그룹)이다. 알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 카를로스 벨트란(뉴욕 양키스) 조이 보토(신시내티 레즈) 등 슈퍼스타들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 대형 에이전트사다. 커미션 수입 최상위권에 위치해있다.

뒤늦게 포스팅에 참가했지만, 에이전트의 힘은 빛나고 있다. 적극적인 홍보로 '양현종 알리기'에 나선 것은 물론, 이후 양현종에 대한 의구심을 해결시켜주는데 주력했다.

양현종은 2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올렸던 2009년(12승5패 1홀드 평균자책점 3.15)과 2010년(16승8패 평균자책점 4.25)과 달리, 2011년부터 부진에 빠졌다. 2011년 7승9패 평균자책점 6.18로 고전하더니 2012년엔 41이닝 소화에 그치면서 1승2패 2홀드 평균자책점 5.05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양현종에게 관심을 보인 구단들에게 이는 분명한 '리스크'였다. 지난해 9승(3패 평균자책점 3.10), 그리고 올해 16승(8패 평균자책점 4.25)로 살아났지만, 2년간 부진의 이유는 빅리그 구단으로선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하는 사실이다.

이에 에이전트사는 빅리그 구단들에게 양현종이 2010년 시즌 종료 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참가하면서 다음 시즌 준비에 영향을 미쳤고, 2011시즌의 부진을 만회하려 서둘러 몸을 만들고 투구수를 급격히 끌어올리다 2012시즌을 망쳤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부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자연스레 몸상태가 좋지 않아도 참고 던지려는 양현종의 적극성이나 투지도 홍보가 됐다. 또한 부상 위험이 낮은 깔끔한 투구폼이 장점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관리가 동반되면 한국보다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직구와 슬라이더는 물론, 체인지업과 커브를 장착한 포피치 선발투수라는 점도 이점이 됐다.

결과적으로 에이전트사의 홍보로 인해 양현종은 앞서 포스팅을 신청한 김광현보다 장점을 많이 어필한 셈이 됐다. 의구심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 그리고 이와 동반한 홍보 전략이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대형 에이전트의 힘, 신중했던 포스팅 시점

또한 뉴욕데일리뉴스와 보스턴글로브 등 지역 유력 매체들은 연일 양현종에게 유리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다수의 구단이 양현종에게 관심을 갖고 있고, 심지어 빅리그 3선발급이며 2선발로도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보도까지 나온 상태다.

어찌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의 미국 현지 언론 보도가 그냥 나온 것일까. MVP 베이스볼 에이전시의 영향력을 입증하는 셈이다. 현지에서 좋은 평가가 나오려면, 당연히 현지 언론매체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에이전트사가 유리하다.

포스팅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언급돼야 선수의 몸값은 올라간다. 최고액을 써낸 구단이 단독협상권을 가져가는 비공개 경쟁입찰인 포스팅 시스템의 특성상 눈치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언론 보도와 다른 구단의 관심 등이 전해지면, 경쟁은 더욱 뜨거워진다. 또다른 대형 에이전트인 앨런 네로(옥타곤)를 선임한 강정호도 양현종처럼 현지에서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여러모로 김광현과 비교되는 포스팅이다. 김광현은 각 구단 수뇌부들의 이동이 잦았던 11월 초 포스팅을 신청했다.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고, 현지에서 적극적인 홍보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광현의 에이전트는 멜빈 로만으로 그가 대표로 있는 MDR 매니지먼트는 중남미 선수들을 주로 관리하는 중소형 에이전트사다. 야디어 몰리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라는 거물이 고객이지만, 그 외에는 눈에 띄는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커미션 수입에서도 10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는 정도다. 'TOP 10'을 유지하는 로자노(MVP 베이스볼)나 네로(옥타곤)과는 차이가 크다.

양현종은 17일 공식적으로 포스팅을 신청할 계획이다. 김광현보다는 시점이 좋다. 일본프로야구의 두 거물투수는 아직 포스팅 참가 여부가 미지수고, 메이저리그는 본격적으로 FA 시장이 시작됐다.

불과 200만달러(약 22억원)에 그친 김광현의 포스팅 금액 탓에 양현종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양현종은 분명 김광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연 양현종의 포스팅 금액은 얼마가 될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