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이 연승에 실패했습니다.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삼성에 7:1로 완패해 1차전 승리의 여세를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패인은 선발 소사의 난조입니다. 그는 2.2이닝 동안 6피안타 2사사구 6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습니다. 1회말 선두 타자 나바로의 2루타를 시작으로 5개의 피안타가 전부 장타였습니다. 2개의 사사구는 모두 실점과 연결되었습니다. 1회말부터 3회말까지 매 이닝 실점한 끝에 3회말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되었습니다.
소사의 난조는 구속과 제구 양면에서 나타났습니다. 가장 강력한 무기 직구는 150km/h 안팎에 머물렀습니다. 좋을 때보다 약 10km/h 정도 부족했습니다. 제구는 전반적으로 높았습니다. 1회말 채태인의 선제 적시 2루타, 2회말 나바로의 2점 홈런은 모두 높은 실투가 화근이 되었습니다. 전날 1차전에서 4안타 빈공에 시달렸던 삼성 타자들은 소사의 높은 공이 눈에 들어왔는지 쉽게 방망이가 나와 장타를 연발하며 점수를 쌓아갔습니다.
소사의 부진의 이면에는 넥센의 3선발 로테이션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넥센은 포스트시즌에 1차전 선발 투수가 3일 휴식 후 4차전에 다시 선발 등판하는 3선발 로테이션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소사는 10월 27일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등판에 이어 3일 휴식 후 10월 31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했습니다. 두 번의 등판에서 소사는 160km/h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뽐냈습니다. 특히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6.1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해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3일 휴식 후 등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4차전으로부터 4일 휴식 후 선발 등판한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부진했습니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 3일 휴식 후 등판한 여파가 뒤늦게 온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소사는 정규 시즌 20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단 한 번도 3일 휴식 후 등판한 적은 없었습니다.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10일 동안 세 번 선발 등판한 일정은 그에게 무리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넥센의 다른 선발 투수들도 3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동일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는 점입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서 6이닝 3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해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밴헤켄은 4차전 및 7차전 선발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만 35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정규 시즌에서 한 번도 3일 휴식 후 등판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장 4차전에 제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과거에는 한국시리즈에서 3선발 로테이션을 바탕으로 에이스가 3일 휴식 후 선발 등판으로 1차전과 4차전, 그리고 7차전을 책임지는 것이 정석이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의 에이스 리오스가 1차전 완봉승 뒤 3일 휴식 후 등판한 4차전에서 난조를 보이며 무너져 SK에 우승을 내준 것이 계기가 되어 4일 휴식 후 등판 및 4선발 로테이션이 한국시리즈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 한국시리즈에서 넥센이 3일 휴식 후 등판 및 3선발 로테이션을 꺼내든 이유는 분명합니다. 원투펀치 밴헤켄과 소사를 제외하면 믿을 만한 선발 투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선발 로테이션이 실패할 경우 넥센의 우승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양 팀이 1승 1패를 거둬 최소 5차전까지 치러지는 한국시리즈에서 당장 4차전에 밴헤켄, 5차전에 소사가 3일 휴식 후 선발 등판하게 되는데 그 결과가 궁금합니다. 고육지책에서 비롯된 넥센의 3일 휴식 후 선발 등판 및 3선발 로테이션이 묘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