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언더핸드스로 투수 김대우는 당초 염경엽 감독의 완벽한 카드가 아니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 말 상무에서 제대해 팀에 복귀한 김대우는 올시즌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2승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5.50을 기록했다. 아직은 선발과 불펜 모두 믿을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 상대로는 극강의 모습이었다. 김대우는 올시즌 삼성전 4경기서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68로 강했다. 그럼에도 신중한 염경엽 감독은 김대우의 역할을 선발이 무너졌을 때, 혹은 연장에서 등판하는 '롱릴리프'로 제한했다.
2차전에서 김대우에게 기회가 왔다. 선발 소사가 2⅔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자, 넥센은 김대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후 김대우는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삼성 타자들을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3이닝 1안타 무실점. 이날 원맨쇼를 펼친 나바로에게 맞은 안타가 유일했다.
김대우는 극단적인 언더핸드스로다. 마운드 가장 낮은 곳에서 던져 떠오르는 공에 삼성 타자들은 타이밍을 전혀 맞추지 못했다. 좌타자 상대로도 약점이 없었다. 좌타자인 채태인과 이승엽이 허무하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우타자 박석민과 김상수 역시 배트가 허공을 가르며 삼진아웃됐다.
김대우는 남은 경기에서 활용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상우 한현희 손승락으로 제한된 넥센 필승조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필승조가 아니더라도 이날처럼만 던져준다면, '타격의 팀' 넥센에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