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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격파' 수원의 KTX 귀향길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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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었다. 선수들 모두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원정팀 응원석으로 향했다. 손을 맞잡은 채 일렬로 섰다. 서포터들과 마주한 뒤 만세삼창을 했다. 서포터들과 함께 승리의 기념사진도 찍었다. 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K-리그 클래식 스플릿 그룹A 1라운드에서 3대0으로 승리한 수원의 세리머니는 기쁨의 에너지가 넘쳤다. 승리를 거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어떨까. 우연히 수원의 '귀향길'에 동행했다.

경기를 마친 수원 선수단은 바로 울산역으로 이동했다. 오후 7시22분 출발하는 부산발 서울행 KTX 172열차에 탑승하기 위해서였다. 출발 직전 서정원 수원 감독은 서포터들에게 커피를 쐈다. 경기 전 서 감독은 승리하면 원정온 서포터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공약했다. 날씨가 추워 아이스크림 대신 커피 100개를 사서 원정 버스 2대에 돌렸다. 서포터들은 "서정원"을 외치며 울산역으로 떠나는 선수단을 배웅했다.

울산역에서 수원 선수들은 분산 탑승했다. 특실인 4호차에는 이석명 단장 등 구단 프런트들과 5명 정도의 선수가 자리했다. 나머지 20여명의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5호차에 올라탔다. 보통 선수단이 KTX를 이용할 때에는 객차 한 칸을 다 예약한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10월 28일에야 스플릿 일정이 나왔다. 정동은 수원 주무는 부랴부랴 울산을 왕복하는 KTX 예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예약이 너무 늦은 탓에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5호차 맨 앞 1인용 좌석에는 정 주무가 앉았다. 4호차에 있는 선수들과 5호차의 선수들 사이를 왕복했다. 코칭스태프들의 공지사항도 전달하고 고충도 처리했다. 5호차 맨 뒤쪽에는 코칭스태프가 앉았다. 뒤에서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봤다.

맨 앞쪽 2인석에는 다리가 긴 정성룡과 노동건이 나란히 앉았다. 선수들은 1m90의 정성룡과 1m91인 노동건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넓은 맨 앞 좌석을 양보했다. 다들 조용히 휴식을 취했다. 치열한 경기 때문에 다들 녹초가 되어 있었다. 휴식의 방법은 제각각이었다. 잠을 청하는 선수들도 있고 소리 낮추어 대화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헤드폰을 쓴 채 스파트폰을 꺼낸 선수들도 있었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등을 보며 휴식을 취했다. 틈틈이 셀카를 찍는 선수들도 있었다. 전화를 쓸 일이 있으면 객차에서 나가 통화했다. 수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중 교통이다보니 일반 승객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 중점을 둔다. 선수들도 알아서 잘 지킨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흥에 겨운 선수도 있었다. 이날 13호골을 넣은 산토스였다. 산토스는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가만히 있지 못했다. 헤드폰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에 맞춰 몸을 들썩였다.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기쁨을 마음껏 표현했다.

선수들이 가장 부산하게 움직인 때는 '황금마차'가 왔을 때였다. 식음료 카트였다. 카트가 지나갈 때마다 선수들은 먹을거리를 한가득 샀다. 멀리 떨어져있던 몇몇 선수들은 '카트 아저씨'에게 달려가 먹을거리를 사가기도 했다. 과자나 조미 오징어 등 군것질거리가 대부분이었다. 예상밖 대박에 카트 아저씨도 싱글벙글이었다.

오후 9시 27분 172열차는 광명역에 섰다. 선수단은 모두 가방을 들고 일사분란하게 기차에서 내렸다. 그제서야 다시 왁자지껄해졌다.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서로 어깨동무도 하고 대화도 나누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좋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