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룡(29·수원)에게 지난 7월은 악몽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마친 뒤 십자포화를 당했다.러시아, 알제리와의 2경기에서 5골을 내주었다. 마지막 벨기에전에서는 후배 김승규에게 골키퍼 장갑을 내주었다. 벨기에전을 앞두고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메시지는 비난의 화살로 되돌아 왔다. 곳곳의 비난 속에 움츠러들었다. 부동의 안방마님 자리도 내줘야 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가치를 증명하는 길 뿐이었다. 귀국 후 집-훈련장을 반복하는 생활이었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정성룡은 잇단 선방으로 수원을 K-리그 클래식 우승권까지 끌어 올렸다. 거짓말 같은 수원의 상승세 뒤에는 '거미손' 정성룡의 선방이 있었다. 하지만 정성룡은 묵묵히 제 역할을 할 뿐이었다. "내가 주전으로 서는 이유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월드컵 후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셨다. 질타도 있었지만 달게 받고 열심히 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도 정성룡에게 손을 내밀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A대표팀 소집명단에 정성룡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후배 김승규(24·울산)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과의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숱한 비난 속에 태극마크를 반납한 정성룡은 명예회복의 기회를 잡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정성룡은 브라질월드컵 뒤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하지만 정성룡은 그라운드 위에서 스스로 가치를 증명했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부단히 땀을 흘리면서 수원의 고공행진을 이끈 정성룡의 활약에 합격점을 준 것이다. 하지만 선을 그었다. 경쟁 체제는 계속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장거리 원정을 가는데 2명 중 한 명이 부상하면 대체요원이 없다. 그래서 3명을 불렀다"고 잘라 말했다. 중동 원정 기간 동안 훈련장에서 드러나는 활약상을 보고 안방마님 자리를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땀으로 아픔을 씻어냈다. 중동원정 2연전에서 정성룡은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